노래 반세기… ‘가왕’ 조용필 앞에선 폭우도 소품
상태바
노래 반세기… ‘가왕’ 조용필 앞에선 폭우도 소품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05.13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년 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과 비교해 변함없는 목소리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 공연… 4만 5000명 운집

[연예=광주타임즈]=반세기를 노래한 ‘가왕’ 조용필(68)은 녹슬기는커녕 진화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친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 서울 공연에서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다.

25여 곡을 들려준 2시간20분 내내 폭우가 쏟아진 것이 차라리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용필과 공연장을 꽉 채운 4만5000여 팬이 내뿜는 열기를 빗방울이 식혀줬기 때문이다.

사실 대형 야외공연장에서 폭우는 가수부터 관객까지 모두 힘들게 하는 악재다. 체온을 낮추므로 노래하는 이나 듣는 이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용필은 노련했다. 국내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7번째 단독 공연을 여는 그다웠다. 이날까지 그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만 폭우와 3차례 인연을 맺었다. 첫 단독 공연이었던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과 2005년 전국투어 ‘필 & 피스’ 서울 공연에서도 폭우가 쏟아졌다.이날 공연에서 조용필이 “비 지겹습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러나 명실상부 공연형 가수로 ‘조용필만의 공연장르’를 만든 조용필에게는 폭우쯤은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객석 3층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대형 화면, 빗방울까지 공연 효과로 보이게 하는 레이저, 조명 등 사용은 ‘공연 끝판왕’다웠다.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야외 공연장 사운드 역시 역동성의 양감과 서정적인 질감, 모두 풍부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의 ‘조용필 편’ 우승팀인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오프닝 공연 이후 7시58분께 단정한 흰색 수트를 입고 등장한 조용필의 목소리는 쭉 뻗어나갔다.

조용팔이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이 지난달 초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의 자기관리 능력은 만인이 그를 우러러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프닝에 이어 ‘여행을 떠나요’로 무대를 예열한 조용필은 ‘못찾겠다 꾀꼬리’ 무대에서 어느덧 그의 콘서트 상징처럼 된 ‘무빙 스테이지’를 타고 잔디석을 지나 뒤편의 객석으로까지 나아갔다.

폭우를 막기 위한 임시 비닐 가림막 밑에 선 그는 꽉 찬 객석을 둘러 보더니 “감동적입니다”고 말했다. “음악이 좋아 취미로 시작했는데, 평생 음악을 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50년을 노래했습니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50년이 흘렀음에도 목소리는 늙지 않았다 ‘창밖의 여자’에서 그는 여전히 미성을 자랑했다. 민요 ‘한오백년’과 자작곡으로 1980년대 MBC TV ‘간양록’에도 삽입됐던 ‘간양록’을 들려줄 때 그의 목소리는 하늘을 뒤덮은 비구름을 뚫을 기세로 쭉 뻗어 나갔다.

자신의 모든 곡을 다 부르려면 3일 연속으로 콘서트를 열어야 한다고 농을 한 그는 1998년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 한 곡을 불렀다는 설명과 함께 바로 그 노래인 ‘서울 서울 서울’을 짧게 들려주기도 했다.

절정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많은 관객이 애창곡으로 뽑는 이 곡을 부를 때 모두 합창했는데, 4만5000명이 동시에 뿜는 애잔한 정서는 마치 부산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헬로’를 부를 때 다시 무빙 스테이지를 이용한 조용필은 가림막을 벗어나 비를 맞으며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갔다.

조용필은 여전히 “오빠”로 불렸다. ‘원조 오빠 부대’를 이끈 주인공이다. 80년대 초 조용필의 입에서 “기도하는~”이 흘러나오면 즉시 소녀들 입에서 일제히 “꺅!”이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꺅’을 가사처럼 대중에게 각인시킨 노래, ‘비련’은 36년이 흐른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필이 “기도하는~”이라고 입을 떼자마자 곳곳에서다. “꺅!”과 “오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드라마틱한 내레이션을 거쳐 강렬한 록 사운드를 장착한 ‘모나리자’에서는 강렬한 록 기운을 뽐냈다. 이어 조용필의 고백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몸이 안 좋았다”고 했다. 사실 올해 상반기까지 그의 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매번 꿈이 올해도 공연을 무사히 마치자는 것이다”고 털어놓은 그는 “근데 무대에만 서면 너무 편해요. 저는 평생 딴따라인가 봅니다”라고 말하더니 크게 웃었다.

조용필이 직접 슬픈 가사의 노래라고 소개한 ‘슬픈 베아트리체’가 본 공연 마지막 노래였다. “여린 입술사이로 바람처럼 스친 미소”라는 슬픈 노랫말과 아련한 멜로디가 공연장을 감돌았다.
이후 앙코르로 ‘꿈’이 흘러나오고, 무빙 스테이지가 작동되더니 지난달 평양 공연에서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친구여’가 흘러나왔다. 조용필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평생 절친한 친구로 살아온 안성기도 이날 객석에 있었다. ‘친구여’ 무대를 특히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그는 “오늘 공연도 너무 좋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많이 걱정했는데 조용필과 팬들 모두 서로를 독려하며 아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말과 함께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8년 전 올림픽주경기장 공연 마지막 곡은 ‘친구여’였다. 이번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서는 앙코르에서 한 곡 더 추가됐다. 2013년 신드롬을 일으킨 ‘바운스’였다. 시곗바늘이 오후 10시20분을 가리키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열기는 오히려 더해갔다. 조용필이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것을 증명하듯 객석에는 평양 공연에 함께 다녀온 윤도현, 이선희, 알리를 비롯헤 이서진, 이승기 등이 거의 끝까지 자리했다.

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이정순 회장은 공연이 끝난 직후 “감동이었습니다. 하늘도 울고 저희도 울고. 우리 용필 오빠도 울고…. 오빠의 50년 역사와 우리의 40년 역사가 한 공간에서 함께해 고마웠고 감사했어요”라면서 “또 다른 역사의 한페이지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장을 지낸 안호상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위원장(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원장)은 “최고의 가수, 최고의 관객이 함께했다”면서 “비가 많이 왔는데도 공연표 취소가 거의 없었다. 모두 약속이나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조용필이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공연이기도 했다.

2015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처음 내한공연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의 당시 나이가 만 73세였으니 조용필에게도 여전히 몇 번의 기회는 남은 셈이다. 무대 맨 위를 장식한 숫자 ‘50’은 무한을 나타내는 ‘∞’와 비슷한 모양으로 상징화해 있었다. 숫자 8을 90도 회전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인데 앞으로 열릴 8번째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감안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었다.

2003년, 2005년, 2010년 조용필의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모두 본 안호상 위원장은 “이번 50주년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음악에 절대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조용필씨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경탄했다.

조용필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6월2일 광주 월드컵 경기장, 9일 의정부 종합경기장 등으로 50주년 투어를 이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