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남편에 딸까지 투병’ 이주여성 보듬은 광주기독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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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남편에 딸까지 투병’ 이주여성 보듬은 광주기독병원
  • 광주타임즈
  • 승인 2020.01.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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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15년 전 광주로 시집 온 이다진 씨
남편 병수발에 아픈 딸 수술·치료비 마련 못해
병원, 사회복지기금 전액 지원…종교계도 후원

[광주타임즈]양선옥 기자=딸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던 30대 결혼이주여성이 주위의 도움으로 삶의 활력을 얻었다.

병원 측이 해당 다문화가정의 딱한 처지를 고려해 수술·치료비를 전액 지원키로 했고, 종교계의 후원이 잇따르면서다.

광주기독병원은 지난 10일 만성 중이염으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결혼이주여성 이다진(35)씨의 둘째 딸(13)에 대한 수술·치료비를 전액 지원한다고 14일 밝혔다.

기독병원은 중증장애 남편을 지극히 보살피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까지 병마에 시달려 애를 태우던 이씨의 사연을 듣고, 사회복지사업 기금으로 이씨를 돕기로 했다.

이씨는 2005년 베트남에서 입국해 한국인 남편 A(55)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중학생과 초등생 등 세 자녀를 뒀고, 6년 전 귀화했다. 남편이 지어준 예쁜 한국 이름도 생겼다.

이씨는 광주 서구의 자그마한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려왔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A씨가 중식당과 택배 일로 번 돈으로 알뜰히 삼남매를 챙겼다.

A씨가 2016년 11월 하지관절 장애 판정을 받고도 가장으로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며 늘 미안해했다.

소박한 꿈을 키워오던 이씨 가정에 비극이 들이닥친 건 이듬해인 2017년 8월. A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물건 배달을 하다 택시에 치였다. 이 사고로 A씨는 뇌병변 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관할 서구청의 긴급 지원으로 남편의 수술·치료비를 힘겹게 마련했지만, 예고없이 찾아든 사고는 가정의 행복을 한 순간에 앗아갔다.

절망은 극에 달했지만 마냥 울고만 있을 수도, 원망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가장의 빈 자리를 채워야만 했다.

이씨는 3년째 요양병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면서도 삼남매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생계·의료·장애 지원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 4월부터는 생계전선에 직접 뛰어들었다.

구청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탁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1인 3역을 감내해야만 했다.

구청에서 해당 근로비를 제외한 차액금만 지원받고 있지만, 한 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더 벌어 자녀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A씨를 간호해왔다.

이씨는 이달 10일 딸의 중이염 진단에 억장이 무너졌다. 4년 전에도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수술했던 딸아이여서 이씨의 마음과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이씨는 병원 측의 지원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병원과 이웃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씨가 다니던 성당의 신자 일부도 후원금을 전했다. 빈첸시오회 광주 서구지구도 이사회비 또는 각 협의회 이월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뒤 생활비를 전달키로 했다. 이씨의 딸은 15일에서 16일 사이 퇴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주기독병원은 소외계층에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희망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자체·공공기관·종교계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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