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老人)들 마음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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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인(老人)들 마음 잘 살펴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0.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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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70년된 닭은 봉(鳳)이 되고, 70년된 이무기는 용이 된다. 한데 노경(老境)을 그토록 슬프게 만드는 것은 즐거움이 없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늙어서 따뜻하게 살고싶은 사람은 젊었을 때 난로를 만들어 두라 했다. 허나 다 알다시피 대부분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다 준비없이 노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태어나서 살다가 늙고 병이들어 죽음에 이르는 길. 인생을 줄이면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정리된다.

젊은이들에게 노년은 '낯선 타국'과 같지만 언젠가는 온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을 언어유희를 통해 풀어보면 참 흥미롭다.

먼저 '사람이 아니다'의 노인이다. 노인(No人)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혜를 쌓지 못해 반사회적인 행동과 언행으로 주변사람이나 후손·후예들에게 폐를 끼치는 노인을 일컫는다. 집안에서 배척당할 때도 많다.

'화만 내는 사람'이라는 뜻인 노인(怒人')이었다.

주변에 권위만 내세우고 오로지 자기 경험만 앞세우는 고집불통 또는 편집증적인 사고방식으로 젊은 세대와 갈등만 일으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駑人)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기서 노(駑)는 둔하다는 의미다.

시간만 보내면서 인생의 주인이 되지못한 노인(奴人)도 많다. '시간의 노예'로 볼 수 있겠다. 반면에 젊은 세대가 스승으로 삼아야 할 노인들도 많다.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인 노인(勞人). 80세 고령에도 글을 깨치려고 학교를 다니는 할머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할아버지가 대표적이다.

인생목표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공부'라고 한다.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인 노인(露人)도 있다. 여기서 '노(露)'는 이슬이라는 뜻 외에 '은혜를 베풀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남김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떠나시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노'는 '노하우(Knowhow)'에서 가져온 표현인데 인생에서 쌓은 지혜와 경험을 전승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것은 도서관 1개가 불에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지난달 담배 피운다고 훈계하는 할머니를 벽돌로 내리친 20대 젊은이가 있었다.

슬프게도 할머니는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존재와 훈계는 어떻게 다가왔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노인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먼저 지나왔다."고 했다. 한데 80대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던 부인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저수지에 돌진해 숨졌다.

주민들은 "늘 손을 꼭 잡고 다닐만큼 금실좋은 부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3일 오후 4시20분쯤 경북 청송군의 한 저수지에 승용차가 빠져있는 것을 산불감시요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저수지 둑 가장자리에 흰색 비스토 차량 1대가 물에 잠겨있었고, 차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 시신 1구가 떠올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견인차량 등을 불러 들어올린 차량은 창문이 모두 열려있었고 운전석에는 안전벨트를 맨 백발의 노인이 숨져있었다.

차적조회결과 인근 마을에 사는 이 모(88)·채 모(83)씨 부부임이 확인됐다.

'이 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가야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 노부부와 함께 생활한 막내아들(55)은 사건직후 아버지 방에서 A4용지 1장분량의 유서를 발견했다.

이씨는 유서에서 '미안하다. 너무 힘이든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때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는 자식과 손주들 이름을 일일이 적으며 작별인사를 남겼다. 할아버지의 작별인사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희망이 없어서요, 오늘날 한국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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