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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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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주타임즈] 최진영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발간

“원도가 일어난다. 걷는다. 아직 어둡다. 눈이 내린다. 해가 뜨더라도 충분히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추울 것이고, 몹시 배고플 것이다.… 원도가 걷는다. 걸으며 묻는다.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234쪽)

‘왜 사는가’가 아닌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어울리는 이가 있다. 소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속 화자 ‘원도’다. 그는 살아야 할 이유보다 죽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삶을 살았다.

골목길에 “불법 쓰레기”처럼 처박힌 남자다. 횡령과 사기, 탈세와 살인 혐의로 길거리와 여관방을 전전하는, 간경화증으로 검붉은 피를 토하는 ‘원도’는 희망을 밀어내는 삶을 산다. 빼돌린 재산의 명의자인 아내는 딸과 함께 자취를 감춰 연락이 닿지 않는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0년 ‘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최진영(33)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원도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기억과 현재를 훑는 과정을 그린다.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를 믿어라”는 말, ‘만족스럽다’는 글과 함께 다시 눈 뜨지 않은 ‘죽은 아버지’와 모든 걸 이해하라고만 하는 ‘산 아버지’다. 자식을 뒤로한 채 봉사활동에 홀린 듯 집착하다 ‘원도’ 앞에서는 이유 없이 눈물을 쏟는 어머니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섹스도 못 하고 사랑한다는 말만 남발했던 것이 잘못이었나, 수많은 직업 중 은행에 발을 들인 것이 문제였나, 대학 시절 만난 ‘유경’이 본인과 ‘그놈’ 사이를 저울질했기 때문인가….’ 독백은 ‘아니다’를 반복한다.

“인생에서 유일한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실패”라고 말하는 ‘원도’는 ‘나는 왜 죽지 않았나’라는 질문의 답을 쉽게 찾지 못한다.

짧게 끊어친 문장들로 구성된 짧은 분량의 장들이 속도감을 더하고 ‘원도’의 뭉그러진 내면을 그린다.

소설은 독자들을 ‘원도’의 죽지 않은 이유를 찾는 랠리에 동참시킨다. 소설 속 ‘원도’가 발견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의 것이면서 또 아니다. 작가는 “사는 게 아니라 죽지 않은 것”같은 삶을 그려 묻는다. ‘우리는 왜 사는가,’

“일어나려면 일단 앉아야 한다. 걸으려면 먼저 멈춰야 한다. 함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혼자여야만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기억해야만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곳곳의 위험과 불행 틈에서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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