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것은 쾌감·고통…폴 오스터 ‘겨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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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것은 쾌감·고통…폴 오스터 ‘겨울일기’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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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주타임즈]박경아 기자 =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247쪽)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폴 오스터(67)의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이다.

“갓 태어난 여동생이 부모와 함께 병원에서 집으로 오기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거실의 베니션 블라인드 사이로 내다보면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데 드디어 집 앞에 차가 도착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당신은 열성적인 오빠였다.”(146쪽)

자신을 2인칭 ‘당신’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을 유지한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한발 뒤로 물러나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묘사된 ‘당신’의 기억을 조합하면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 ‘환상의 책’ 등을 펴낸 오스터가 완성된다.

‘당신’을 내세워 인과관계,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으로 생의 감각적 경험을 기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신은 열 살이고 한여름의 공기는 숨 막히도록 후텁지근하다”(8쪽), “당신의 생일이 지나갔다. 이제 예순네 살이 되었다.”(128쪽)

책에서 오스터는 육체의 감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성적 쾌감이나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포함한 쾌감과 상처가 나는 고통, 이별의 슬픔, 패배감, 피하고 싶은 죽음 등을 포함한 고통이다.

특히, 노년의 오스터가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감각은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다.

벼락을 맞고 즉사한 친구, 복상사한 아버지 등 주변의 죽음은 자신도 언젠가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이어진다.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247쪽)

오스터는 가족사의 어둡고 아픈 부분, 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행했던 결혼생활, 그들의 인간적 약점을 가감 없이 적는다.

그 또한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흉터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흉터는 상처가 치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옮긴이 송은주는 “어떤 면에서는 상처와 치욕으로 얼룩진 그의 삶은 그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늘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품고 있는 것”이라며 “그는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는 말로 작품을 끝맺지만 겨울은 끝이 아니다”라고 읽었다.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에서 전기·회고록 분야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오스터는 최근 미국에서 ‘겨울 일기’의 연작인 ‘내면 보고서’를 썼다. ‘겨울 일기’와 같은 기법으로 유년 시절에 집중해 육체가 살아온 역사를 되짚는다. 올해 국내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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