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뮤지컬계 키워드 ‘트랜스젠더·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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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뮤지컬계 키워드 ‘트랜스젠더·게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2.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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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라카지·프리실라 등 성소수자 뮤지컬·연극 봇물

[문화=광주타임즈] 올해 뮤지컬계 키워드는 트랜스젠더와 게이다.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트랜스젠더, 남성 동성애자를 일컫는 게이를 소재로 한 뮤지컬 4편이 출격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헤드윅’과 2012년 라이선스로 호평 받은 ‘라카지’,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프리실라’와 ‘킹키부츠’들이다.

2005년 초연한 ‘헤드윅’은 트랜스젠더를 내세운 대표적인 뮤지컬이다. 동독 출신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 ‘한셀’의 이야기다.

결혼을 위해 이름을 ‘헤드윅’으로 바꾼 그는 성전환수술을 받지만 버려진다. 이후 미국으로 가 록스타의 꿈을 키우게 된다.

영화배우 겸 감독 존 캐머런 미첼(50)이 극본과 가사를 쓰고 기타리스트 스티븐 트래스크가 곡을 붙였다.

미첼은 ‘헤드윅’의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하다. 1998년 미국 초연 후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등지에서 공연했다.

국내에서는 조승우(34)를 비롯해 오만석(39), 김다현(34), 송용진(38), 송창의(35), 엄기준(38), 조정석(34), 록밴드 ‘YB’ 윤도현(42), 그룹 ‘신화’ 김동완(35), 박건형(37) 등 뮤지컬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며 뿌리내렸다.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10주년을 맞이해 ‘헤드윅’에 출연한 배우들을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특별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들과 캐스팅,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작품상을 3차례 수상한 유일한 뮤지컬인 ‘라 카지 오 폴(La Cage Aux Folles)’의 국내 초연인 ‘라카지’(CJ E&M 공연사업부문)는 게이를 내세운다.

1973년 프랑스에서 연극으로 나온 뒤 1978년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영화로 만들어졌다.

뮤지컬은 이 영화를 바탕으로 198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당시 ‘게이커플과 그들의 아들 결혼 성사를 위한 대작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소재의 파격이 아닌 근본적인 가족애를 다루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게이이자 ‘라카지오폴’의 전설적인 여가수 ‘앨빈’ 역으로 더블캐스팅된 뮤지컬스타 정성화(39)와 김다현이 호연하며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트랜스젠더 1명, 게이 2명 등 3명의 드래그퀸(여장 쇼걸)이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호주의 오지로 공연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뮤지컬 ‘프리실라’(CJ E&M·설앤컴퍼니)는 7~9월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다.

1994년 개봉,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은 호주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495벌의 화려한 의상이 인상적이다. 호주에서 초연한 뒤 세계 양대 공연시장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화제작이다.

뮤지컬에는 미국 가수 티나 터너(75)의 곡과 함께 영화에는 사용되지 않은 팝슈퍼스타 마돈나(56)의 히트곡들도 삽입된다.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 부츠(Kinky Boots)’는 여장 남자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파산 위기에 빠진 신사화 공장을 가업으로 물려 받은 ‘찰리’가 여장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장 남자를 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 시장을 개척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를 풍미한 디바 신디 로퍼(61)가 작곡, 주목 받은 뮤지컬이다.

디스코와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였다.

지난해 초연 3개월 만에 뮤지컬·연극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제67회 토니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상 등 6개 부문을 받았다.

로퍼는 여성 작곡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시상식에서 작곡상을 따냈다.

처음으로 뮤지컬 제작에도 참여했다. 최근 열린 ‘제56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11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인다. CJ E&M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 ‘킹키부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계에서도 여장 남자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으로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여장남자인 중국 배우 ‘송릴링’의 관계를 다룬 연극 ‘엠.버터플라이’(M.Butterfly·3월8일~6월1일·아트원시어터 1관)는 2012년에 이어 2년 만에 공연한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누엘 푸익(1932~1990)이 1976년 발표한 동명장편이 원작으로 같은 감옥에 수감된 동성애자와 혁명가의 사랑을 다룬 ‘거미여인의 키스’(6월 대학로 아트원시어터)는 3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은 트랜스젠더와 게이를 희화화하지 않고, 이들의 아픔을 일반인이 공감하게 만드는 수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극적인 소재에 선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인간애로 승화하는 묘를 발휘한다. 특히 ‘헤드윅’‘라카지’‘프리실라’ ‘킹키부츠’ 등의 뮤지컬은 귀에 감기는 흥겨운 넘버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는데 도움을 준다.

트랜스젠더와 게이에 대해 그러나 아직 거부감이 큰 한국 사회에서는 이 작품들의 효용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지 못한다.

국내 뮤지컬 주관람층이 20, 30대 여성이라는 점도 이 작품에 대한 논의가 공연 안에서만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연계 관계자는 “20, 30대 여성은 트랜스젠더와 게이에 대한 편견이 가장 적은 집단”이라면서 “이들 역시 이를 진지하기 대하기보다는 문화 또는 유행으로 다루고 있는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공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트랜스젠더와 게이 등에 대한 소재가 공연에서 활발히 다뤄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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