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와 친구
상태바
동무와 친구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4.12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前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정기연=나와 너의 만남에서 서로 도우며 가까이 친하게 살던 사람을 나의 동무, 친구, 벗이라 한다.

동무’란,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또는 ‘어떤 일을 짝이 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토속어인데, 북한에서는‘혁명(革命)을 위하여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이면서 북한말이 되었다. 그와 비슷한 개념의 단어로는 ‘가깝고 오래 사귄 사람’을 ‘친구(親舊)’라고 하는 남한(南韓) 지방의 ‘한자어(漢字語)’가 있고 벗이 있다.

‘동무’라는 단어는 요즘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평등을 내세우는 공산국가에서는 위아래 구분 없이 상대방을 동무라고 호칭했다. 영어로는 ‘friend’가 아니라 ‘comrade’라고 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동무는 “노동계급의 혁명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또는 혁명동지를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남한의 국립 국어원 <표준 대사전>에서는 동무를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남한에서 동무는 친한 친구의 의미로 쓰이지만, 북한에서 쓰는 말이라 해서 동무보다는 거의 친구란 말로 대체된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친구 만나고 올게요”라고 말씀드리면 할아버지는 “꼬맹이가 친구가 뭐냐, 동무라고 하는 것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친구는 한자 ‘親舊’의 의미 그대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뜻이다. 벗이라는 말이다. 동무는 커가면서 생긴 일종의 놀이 동반자인 또래(peer)라는 의미이고, 친구는 일(공부, 사업) 때문에 커서 사귄 동반자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추억 파트너가 동무라면, 친구는 애증의 파트너이다. “꼬맹이들은 당연히 동무라고 해야 한다.”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의미상 상당히 정확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동무가 있다. 어릴 적 발가벗고 놀던 깨복쟁이 동무가 있는가 하면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소꿉동무도 있다. 길동무, 말동무, 글동무도 있다. 길동무는 길을 함께 가는 동무를, 말동무는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 동무를, 글동무는 같은 곳에서 함께 공부한 동무를 말한다. 길벗, 말벗, 글 벗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친하게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 또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서로 짝이 되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을 동무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친구가 있다. 학교 다니면서 사귄 학교 친구, 군대 생활하면서 사귄 군대 친구, 운동하면서 사귄 운동 친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귄 동아리 친구, 직장생활 하면서 사귄 직장 친구, 사회활동을 하면서 사귄 사회 친구 등 참으로 많은 친구가 있다.

친구(親舊)는 문자 그대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며 벗이다. 동무와 친구를 굳이 구분한다면 동무는 성장하면서 생긴 놀이 파트너이고 친구는 성장해서 사귄 과업파트너다. 그러므로 동무는 과거 지향형이자 추억형이고, 친구는 현재 진행형이자 애증형이다.

동무라는 말을 쓰기가 거북했던 암울했던 시절이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붙여 썼던 말이 ‘동무’였다. 북한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이 동무를 정의하기를 ‘노동계급의 혁명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또는 혁명동지를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라 했으니 남한에서 동무란 말을 쓰기가 거북했다.

그리하여 동무 대신 친구가 대세로 굳어졌다. ‘동무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어느 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로 변한 것처럼. 남북분단의 아픔과 폐해를 웅변하는 단적인 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며 친구는 제2의 재산이다’라 했고, 키케로는 ‘친구는 나의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은 반으로 한다.’고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친구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더라도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다.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옛 동무야, 지금은 어데 가고 친구로 변했느냐! 남북이 분단돼 동무는 사라지고 친구로 불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구나! 동무도 친구도 모두가 나와 가까이 더 가까이 지내는 소중한 나의 벗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