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가무극 ‘소서노’…“조금 아쉬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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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가무극 ‘소서노’…“조금 아쉬운 이유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3.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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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무용·연극 한곳에 … 한정된 소재로 생략·비약 심해

[문화=광주타임즈] 이민지 기자= 창작 가무극 ‘소서노’는 서울예술단(이사장 김현승)의 장단점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뮤지컬로 통하는 가무극을 내세우는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음악과 무용, 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웅장함이 인상적이다. 반면, 주로 과거에서 찾은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다보니 너무 신화적으로 비약, 이야기의 구체적인 맥락이 뚝뚝 끊기는 경향이 있다.

‘소서노’에는 이런 장단점이 녹아 있다. 호흡이 맞는 단원들의 협업으로 한국적인 춤사위가 돋보이는 군무, 채도가 낮은 조명 속에서 적절히 구현된 신비스런 무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귓가에 감기는 주 넘버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고른 넘버까지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그런데 서울예술단의 다른 작품은 이런 요소들로 호강시키는 것을 넘어 홀리는 경지까지 종종 나아갔다.

‘소서소’에서는 그러나 공중 격투 장면에서 줄이 그대로 보이는 어색한 와이어 사용, 앙상블 몇몇 배우들의 조금씩 어긋나는 군무 등이 눈에 거슬렸다.
이 때문에 그간 다소 무마됐던 이야기의 약점이 이번에는 크게 노출됐다.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헐겁다. 연인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웠고, 아들 온조와는 백제를 건국한 소서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녀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만큼,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fiction)을 더한 팩션(faction)으로 그녀의 결을 살리고자 했다.

하지만, 생략과 비약이 심한 이야기는 역사 배경이 없는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소서노가 연무발의 음모를 뚫고 졸본의 왕이 되는 과정은 너무 계시적이라 쉽게 와닿지 않는다.

판타지라는 요소를 강하게 차용했는데, 이 장르는 이야기가 허황되더라도 개연성이 분명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출발은 수용할 수 있지만, 그 상상의 일방통행까지 관객들이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소서노가 주몽과 우정으로 시작해 사랑을 나누고, 그와 함께 고구려를 세우게 되는 과정 역시 납득이 어렵다.

소서노가 주몽을 택하는데 관객들이 공감할만큼 그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소서노의 대인적 성향을 위한 일종의 장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서노’는 소서노의 희생과 상생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이야기의 서사와 큰 맥락을 그리는 것보다 그녀의 개인적인 고뇌에 집중했으면 더 나았을 법했다.

앞서 서울예술단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팩션임에도 진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인물들의 내적인 요소를 함몰시키기보다는 편견이라는 틀을 깨고 명성황후의 내면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입체성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내면보다는 화려함과 형식에 주력한 ‘소서노’에게는 그러나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이 가닿을 수밖에 없다.

거대한 이야기를 압축해서라도 모두 보여주겠다는 욕심보다는 소서노의 내면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됐을 법하다.

소서노를 맡은 뮤지컬스타 조정은(35)을 비롯해 배우들은 고군분투한다. 서울예술단은 조정은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2002년 이 단체의 단원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데뷔했다.

의리를 지켜 객원배우로서 서울예술단과 9년 만에 작업한 셈이다. 전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서노에게 다양한 표정을 불어넣으며 그녀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청아한 목소리와 청순한 이미지는 여전사로만 인식될 위험이 있는 소서노의 여성성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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