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주세요”, “정차해주세요” …같은 경전선 순천·광양 다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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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주세요”, “정차해주세요” …같은 경전선 순천·광양 다른 입장
  • /임창균·이승현 기자
  • 승인 2022.12.19 17: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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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개량 작업, 목포시~부산시 2시간대 기대
순천시, 원도심 통과 대신 우회·지하화 여론 높아
순천역 인접 광양역, 무정차 가능성에 서명운동 활발
순천시 도심을 관통하는 경전선 철도 모습.
순천시 도심을 관통하는 경전선 철도 모습.

[광주타임즈]임창균·이승현 기자=2028년 완공 예정인 경전선을 앞두고 순천과 광양, 인접한 두 지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순천의 경우 “순천 분열 반대”, “경전선 우회”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광양엔 “경전선 KTX 광양역 정차 추진”의 내용을 담은 선전탑과 현수막이 일부 교차로에서 보인다. 반응의 온도를 따진다면 순천이 더 뜨겁고 거세다. 두 지역의 어떤 상황이 이토록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일까.

 

■ ‘느림보’ 오명 경전선 개량화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뜻의 경전선은 광주 송정역과 밀양 삼랑진역까지 총 278km 길이의 철도다. 송정역과 삼랑진역이 각각 호남선과 경부선이 통과하기에 사실상 목포에서 부산까지 연결하는 철도로도 통한다.

경전선은 느린 철길로도 유명하다. 목포역에서 부전역까지 운행하는 기존의 무궁화호는 40여 개의 역을 정차하고 6시간 넘는 이동시간이 걸린다. 경전선 일부 구간에서의 평균 시속은 50km에 불과하다.

경전선이 느린 이유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해 건설된 노선이라 곡선이 많은 것도 있지만, 광주송정~순천 구간이 개통 이후 단 한 번의 개량 없이 ‘단선 비전철’ 구간으로 남은 것이 크다. 단선은 한 개의 철로를 운영하기에 복선과 달리 상행과 하행을 동시에 운행할 수 없고, 비전철은 전기를 동력으로 한 전철이 달릴 수 없기에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무궁화호가 운행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남해안 고속철도 사업(경전선 개량)’을 진행 중이다. 곡선 노선을 직선화해 열차 속도를 높이고, 정차역을 20여 개 수준으로 줄인다.

사업의 중심은 광주송정~순천 구간의 개량 및 전철화다. 2028년까지 1조 7703억 원을 투입해 122km 구간을 전철화하고 시속 250km의 고속전철(KTX 이음)이 다니게 되면, 광주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목포에서 부산까지 이동거리도 크게 줄어든다. 총 사업비 1조 6014억 원의 임성리~보성 82.54km 구간이 2023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광주~보성~순천 구간의 전철화가 완료되면, 목포에서도 송정역을 거치지 않고 부산까지 2시간 2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경남권에 비해 뒤늦은 착공이 아쉬운 대목이다. 삼랑진~마산~진주는 이미 복선화에 전철화 사업이 완료됐으며 광양~진주 구간은 내년 3월부터 실제 영업 상태를 가정한 시운전에 돌입한다. 2019년 예비타당성 재조사 당시 경제성을 이유로 순천 도심구간은 기존 노선을 활용하기로 했으나, 반대 여론이 높아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 산이냐 땅속이냐, 순천 도심 노선 재검토

순천 경전선 사업은 원안과 주민들의 수정 요구 사이에서 ‘잠시 멈춤’ 상태다.

순천역은 ‘남해안 고속철도 사업’의 중심지로 평가받는다. 경전선의 중간 기점이자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의 정차역이기도 하다. 문제는 순천 도심 가운데 있는 순천역의 존재로 인해 이미 경전선과 전라선이 순천 도심을 3등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9년 경전선 전철화 사업 예비타당성 재조사에서 순천시의 의견청취를 하지 않고 경제성을 이유로 순천시 구간은 기존 노선을 활용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경전선이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전철구조물 설치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도시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주민들의 요구안은 크게 두 가지다. 도심을 우회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지하화를 해달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제시된 방안은 덕월동과 오천동을 통과하는 기존의 경전선 대신, 보성 벌교역부터 서면 방향으로 철도를 신설해 전라선과 합류하는 우회안이다. 기존안을 강행했을 때의 단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으나, 23km 가량의 철도 신설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추가 예산이 전체 예산(1조 7천억)의 15%를 초과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우회안에 대해 모든 시민들이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우회해 호남선과 합류 시 영향을 받게 될 조곡동, 용당동, 가곡동, 삼산동 주민들 사이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떠오른 것이 지하화 방안이다. 원안 그대로의 노선을 유지하고 청암대에서 오천지구 구간 3km를 지하화하는 방안이다. 주요 구간의 소음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우회안보다 예산 증액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민선 7기 순천시와 53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경전선 전철화 도심통과 반대 대책위’가 원안을 철회하고 도심에서 우회하거나 지하화하도록 국토부에 건의했으나 사업비 증가 등의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민선 8기 노관규 순천시장은 취임 이후 지난 7월과 8월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잇따라 면담해 경전선 도심 통과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노 시장의 요청을 받은 김영록 전남도지사 역시 원희룡 장관을 만나 대안 검토를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9월 28일 광주서 열린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 경전선 전철화와 관련해 지역민과의 소통을 주문하며 재검토에 힘을 실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경전선 도심 우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운동, 반대 집회, 상경투쟁을 열었으며 이에 당초 10월로 정해진 경전선 전철화 사업의 기본계획 확정 고시도 연기됐다.

순천시 관계자는 “도심을 관통하는 기존 철도가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하루 한 번 지나가던 무궁화호가 하루 40회 넘게 지나가는 고속 열차로 바뀌면 시민들의 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기본계획 대신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우회 혹은 지하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양시 ‘경전선 KTX 이음 광양역 정차’ 범시민운동.
광양시 ‘경전선 KTX 이음 광양역 정차’ 범시민운동.

■ ‘고속철도 오지’ 될라, 광양역 정차 서명운동 활발

광양은 광양역의 고속철도 정차를 위해 각종 서명운동과 홍보 캠페인이 한창이다.

‘남해안 고속철도 사업’은 경전선을 포함한 각 지선을 개량화해 광주와 부산 간의 철도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사업이다. 이미 전철화된 구간, 새로 복선전철화 작업을 해야 하는 구간, 혹은 철도를 신설해야 하는 구간이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이 2028년으로 예상된다.

사업 마무리가 2028년인 이유는 광주송정~순천 구간에서, 순천 도심을 지나는 노선에 대한 변경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바로 순천에서 부산방향의 노선 사업은 대체로 순조롭다.

순천~광양 구간, 진주~마산 구간은 이미 2012년에 복선전철화가 완료됐다. 

광양~진주 구간 경전선은 내년 복선전철화가 완료되고 지난 29일 시설물 검증을 시행했다. 내년 3월 영업시운전을 거치고 4월은 완전 개통할 예정이다.

마산에서 부산을 연결하는 부전마산선 복선전철은 2020년 3월 서낙동강 터널 굴착 과정에서 지반이 붕괴되는 사고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으나, 사고 당시 이미 공정률 97%를 달성한 상태라 터널 복구 작업만 완료되면 2023년 하반기에 개통이 가능하다.

계획대로라면 광주송정~순천 구간과는 상관없이, 2023년 하반기에는 순천에서 부전역까지 복선전철화가 완료돼 시속 260km의 KTX-이음이 운행한다. 현재 3시간 20분가량인 이동시간은 1시간 반으로 줄어든다.

보다 이른 시기에 고속철도가 운행할 수 있으나 광양의 걱정은 따로 있다. 광양역이 순천역과 불과 8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칫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KTX-이음은 순천과 부산 사이에 대략 8개 역을 정차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노선(정차역) 계획을 내년 상반기 중 수립해 국토교통부 승인을 거쳐 확정한다. 광양 입장에서는 남해안을 잇는 교통 인프라를 갖춰놓고도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광양시는 10월 13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고속열차 광양역 정차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KTX 광양역 정차 추진협의회’는 정인화 광양시장이 회장을 맡고 서영배 광양시의회 의장, 김진환 민간추진위원장, 도·시의원, 시민사회단체,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시민 광양역 정차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추진했고 광양 내 기관과 사회단체들의 성원에 힘입어 10월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이미 5만 명 가까이 모였다.

광양시는 다음 달 내에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시민들의 열의를 담은 서명서를 전달하고, KTX의 광양역 정차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KTX 광양역 정차는 광양 발전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중요한 선결 과제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시급한 당면과제이다”며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드리며 KTX 광양역 정차를 위해 시의 역량을 쏟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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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용 2023-01-04 06:54:07
교통에관한 전라인의 극성과무식은 특별하다.
순천의경전선우회가 현노선지하화지중화면통과인데 우회노선주장으로 공사도못하여 개통이늦어진다.
우회노선주장으로 성산간이역노선까지 나오는데 그노선은 순천역을거치지않는데도 우회를관철시키는데만 혈안이다.
정부하는대로 놔두었으면될것을 잘난척아는척하여 꼬여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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