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테슬라 공장 유치’ 경쟁…리스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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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테슬라 공장 유치’ 경쟁…리스크는 없나
  • /임창균 기자
  • 승인 2023.01.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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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포함, 전국 시도에서 의향서 제출
테슬라 잡음 속 유치 미지수…리스크 우려
유치전 계기로 지자체 홍보에 집중 의견도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테슬라 차량 모습. /뉴시스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테슬라 차량 모습. /뉴시스

 

[광주타임즈]임창균 기자=광주시와 전남도가 테슬라의 아시아 생산기지 유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 안팎에서 붉어진 테슬라의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치 가능성과 별개로 공장 유치가 무조건적인 이득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세계적 생산도시 도약 위한 유치전 활발

지난해 11월 23일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회담에서 “한국은 기가팩토리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라고 언급한 이후,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인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28일, 그리고 전남도는 지난 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 테슬라 기가팩토리 아시아 제2공장 투자유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를 제외한 16개 광역지자체, 총 35개 도시가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며, 각 지역마다 항만, 물류단지 둥 인프라 측면의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광주시는 기아차와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등 2개의 완성차 공장이 가동 중이라는 점과 인근 지자체와 협업이 가능한 첨단3지구와 빛그린산단을 장점으로 들었고, 전남도는 재생에너지 생산량과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배터리 원료 및 자동차 부품 공급망 등을 부각했다. 전남에서는 광양 세풍산단, 여수 율촌융복합물류단지,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등 3곳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와 전남은 지닌 인프라에 따라 서로 보완할 부분이 많은 만큼, 유치를 위한 경쟁보다는 상호 지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테슬라의 글로벌 완성차 공장은 독일 베를린, 중국 상하이, 미국 프레몬트, 미국 오스틴에 있다. 우리나라에 제2공장 후보지가 선정될 경우, 해당 도시는 세계적인 생산도시로 성장이 유력하며 특히 인구소멸지역이 많은 전남의 경우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한국에 제2공장 후보지를 낙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높은 임금과 노조로 인한 불안정성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구조와 상황은 여전히 단점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낮은 유치 가능성과 별개로, 실제로 공장을 유치하더라도 미래에도 테슬라가 현재의 가치를 가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위성 전시회 '새틀라이트(SATELLITE)'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 중인 모습. /뉴시스
미국 최대 위성 전시회 '새틀라이트(SATELLITE)'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 중인 모습. /뉴시스

 

■ ‘오너 리스크’ 일론 머스크가 떠나야?

새해부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떠안았다. 기네스북은 6일 머스크를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재산을 잃은 인물로 등재했다고 밝혔다. 기네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 추산으로 2021년 11월 이후 약 1820억 달러(약 229조 3200억 원)를 잃었다고 한다. 

머스크의 이 같은 재산 손실은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의한 것이다. 당초 머스크의 순자산 평가액은 2021년 11월 3200억 달러(398억 원)였는데 이 시기에 테슬라 역시 주가가 폭등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380달러 선으로 고점을 찍던 테슬라의 주가는 무려 73%나 하락했으며 그의 자산도 덩달아 1370억 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꼽힌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부터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중 230억 달러를 매각했는데, 이때마다 테슬라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투표를 독려했으나 민주당의 선전으로 체면을 구겼으며, 이 과정에서 트위터 광고주들이 줄줄이 계약을 해지했다. 또한 트위터 인수 이후 대대적인 직원 해고로 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3대 주주 레오 코관 역시 머스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테슬라에는 ‘일하는 CEO’가 없어졌고, 그가 트위터에서 벌이는 잘못으로 인해 테슬라의 가치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폭발적인 성장은, 상상을 현실로 이뤄낸 테슬라의 기술 혁신도 있지만, 머스크 개인이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와 수많은 팬을 만들어낸 그의 매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동시에, 머스크 개인의 일탈과 잘못이 테슬라의 추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 판매 부진과 기술 추격의 그림자
‘오너 리스크’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도 테슬라에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먼저 악재가 터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테슬라 전기차의 판매실적은 5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과 비교해 44%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22%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거기에 중국 내 토종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인데, 이에 테슬라 측은 지난 6일 일부 모델의 가격을 다시 인하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가격 인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테슬라는 중국 소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중국 대도시 곳곳의 테슬라 매장에서는 수백 명의 테슬라 차주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는데, 할인 없이 신차를 구매한 것에 대한 불만과 중고차 값 하락을 이유로 들었다. 

테슬라의 가격 할인이 전기차 시장의 둔화를 반증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도 지난해부터 일부 모델을 대폭 할인했는데, 오히려 고부가 아이템으로서의 매력을 떨어질 수도 있고, 전기차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또한 가격 인하가 판매량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대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가 그동안 확실한 기술 선점으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왔으나,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테슬라가 그동안 강조했던 ‘혁신’의 이미지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순 없다는 것이다. 애플이 혁신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로 성장하고 경영과 관리에 능한 팀 쿡으로 그 위치를 유지했듯, 테슬라도 그러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테슬라가 추진 중인 제2기가팩토리는 한 해 최대 200만 대 생산규모로 사업비만 최대 5조~10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테슬라 측은 ▲전기차에 대한 잠재적 수요 ▲안정적인 공장가동 ▲세제혜택 ▲원활한 원료 공급 등을 주요 입지로 밝혔으나,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뚜렷하게 앞서는 부분이 많다고 볼 순 없다. 때문에 이번 제2공장 유치전의 목적을 실제 유치보다 지자체의 인프라 홍보에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는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국이 유력하다. 다른 나라와의 경쟁은 물론 국내에서도 과열한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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