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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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마음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4.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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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茶의 흐름은 담담하고 맑다.

사람들은 그 맑고 고운 맛이 가슴을 밀쳐 올 적에 자연에 가깝게 간다.

때로는 형체도 없고 소리 없이 그렇게 머무는 것은, 차(茶) 마음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비움에서 얻어지는 여유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차의 연원은 전설의 시대에까지 소급되지만, 중국의 경우 4, 5세기경 양쯔강(揚子江) 유역의 주민들이 애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도의 성립은 8세기 중엽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을 지은 때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뒤 다도는 중국은 물론 우리 나라·일본 등에 널리 유포됐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말에는 차가 있었고, 9세기 전반경에 성행하기 시작해 고려시대에는 귀족층을 중심으로 다도가 유행했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으로 다소 쇠퇴했으나 조선 후기 불교계를 일으킨 초의선사는 다도의 이론과 실제를 적은 ‘동다송(東茶頌)’이라는 책을 지었다. 그 책에는 “따는 데 그 묘(妙)를 다하고, 만드는 데 그 정(精)을 다하고, 물은 진수(眞水)를 얻고, 끓임에 있어서 중정(中正)을 얻으면 체(體)와 신(神)이 서로 어울려 건실함과 신령함이 어우러진다. 이에 이르면 다도는 다했다고 할 것이다”고 적어 다도에 이르는 과정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이 안겨주는 향방(香芳)과 의식이 있는 차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으로 품격 있는 예술의 형태이자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차를 마시면 순간의 큰 맛을 알아낼 수가 있어 이것은 마치 안갯속을 거니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걸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차를 마실 때는 손님이 적은 것을 귀하게 여겨 예로부터 혼자서 마시는 것을 신(神), 손님이 둘일 경우를 승(勝)이라고 했다. 손님이 많은 경우는 시끄러워 아취(雅趣)가 적기 때문이다.

차는 색(色)·향(香)·미(味)의 세 가지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 차의 색은 청취색(靑翠色)이 제일 좋고, 남백색(藍白色)은 다음이며, 그 밖의 황색 등은 품(品)에 들 수 없다고 한다.

차의 맛은 달고 부드러운 것을 상(上), 씁쓰레한 것을 하(下)로 여긴다. 차의 향기는 독특한 것이기에 다른 향을 섞으면 좋지 않다. 차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 좋다.

차를 끓여 손님에게 접대하는 일에는 격식이나 예의도 문제가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을 끓여 간을 맞게 해 마시는 일이다. 물론, 간 맞는 좋은 차가 되기 위해서는 물과 차 등이 알맞게 조화를 얻어 중정(中正)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차 한잔 나누자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흔히 오고 가는 정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도(茶道)는 말 그대로 차를 통해 도를 닦는 것과 같다. 혼자 즐기면 명상과 수양의 시간이 되고, 함께 즐기면 나눔과 배려의 시간이 되고, 다도 그 자체로는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초의선사는 차란 그 성품이 속되지 않아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고 하면서 “차의 더러움 없는 정기를 마실 때 어찌 대도(大道)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랴”고 자부하기도 했다. 흰 구름 밝은 달을 벗 삼아 마시는 차(茶) 인의 멋은 바로 푸른 산을 대해 앉아 삼매에 든 선사의 법열로 통하는 것이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빨리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음료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차는 외면받기 쉬운 대상이지만 막상 다도를 체험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말하니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라면 일부러 한 번쯤 다도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찻물이 끓기를 기다리면서 다기를 준비하고, 따뜻한 물로 다기를 데우고, 끓인 물을 식혀 차를 우려내고, 우린 차를 함께 나누어 마시는 과정, 그 과정에서 전하는 향기로운 말들은 다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아름다움이다. 

차의 심정은 조용조용 하다. 지나쳐 흐른다거나 모자람이 없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항상 생각에 쫓겨 끊임없이 생각하느라 정작 앞은 보고 있지만, 그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 보질 못하는 현대인들.

봄빛이 날로 푸르러지는 4월, 조급함과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잔을 하며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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