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값 폭등 훗날 염전에 부메랑”…신안 염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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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값 폭등 훗날 염전에 부메랑”…신안 염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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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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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 꺼지면 피해 염전에 고스란히”
“정부, 논란 부추기지 말고 어민 도와야”
20일 오전 신안군 한 염전에서 염부가 이날 수확한 소금을 수레에 실어 옮기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신안군 한 염전에서 염부가 이날 수확한 소금을 수레에 실어 옮기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소금 값이 올랐다고 염전 사정이 당장 나아지는 것이 아닌데…”

20일 오전 신안군 임자도 1만 4000평 부지 한 염전.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전남 지역에 최대 60㎜의 비소식이 예보되면서 염전 노동자들은 말려둔 소금을 거둬들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전날 각 증발지마다 깔아둔 염도 비중 25도의 소금물은 하루 사이에 하얀 결정을 맺었다. 염부들은 2m 폭 소금 쓸개로 하얀 결정을 쓸어내 채염기로 옮겨 담은 뒤 걸러져 나온 소금들을 흰색 수레에 옮겨 창고로 날랐다.

바지런한 염부들을 바라보는 이곳 염전 대표 이정심씨는 속이 타들어갔다. 염전 옆 창고에는 한 달 전부터 거둬들인 소금이 벌써 100t 가량 쌓여있지만 소매상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격 폭등과 사재기, 이에따라 기대되는 수익은 먼나라 이야기다.

도리어 잦은 비소식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소식이 겹치면서 일어난 소금 품귀 현상이 이씨를 괴롭히고 있다. 부족한 물량으로 거래처 납품량을 겨우 맞추는 상황에 혹여나 소매 전용 물량이 확보된다고 해도 그 가격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날 비소식이 예보돼며 일찍이 거둔 소금의 양은 기준 450㎏ 들이 소금 수레 약 8대 분량에 불과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소금을 거둬들이는 이곳 염전에서는 평소 한 번 수확 할 때마다 수레 10대를 채우나 이마저도 이상기후 탓에 연이어 감소세다.

소매 물량을 사들이고 있는 농협의 수매가가 치솟았지만 이는 도리어 염전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날 기준 신안 지역 농협의 천일염 수매가는 20㎏ 한 포대 당 최고 2만 5000원으로 기록됐다. 전년도 같은 달 대비 1만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소금은 썩지않으며 사용량이 대체로 제한적인 탓에 잦은 재구매가 이뤄지는 품목이 아니다. 

이같은 특성이 무시된 채 시장에 거품 낀 가격으로 소금이 많이 풀릴 경우 훗날 가격 폭락과 생산량 조절 등 타격은 고스란히 염전으로 돌아온다.

이씨는 요동치는 소금 시장 한복판에서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더욱 힘들다고 토로한다. 특히 치솟는 인건비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는 먼 미래 수익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소금 산업은 인권과도 일부 연관된 만큼 인건비가 중요하다. 소금 자체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 전문 염부의 인건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출”이라며 “이밖에 방사능 베크렐 기준치 등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준이 있음에도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농협 수매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버린 현재 상황에 대부분 염전들은 가격 거품이 꺼진 직후를 걱정하고 있다. 그 어느 시기보다 윤리적인 생산과 판매가 절실하지만 괴담과 뜬소문으로 염전의 속앓이가 극심하다”며 “천일염 사업 초기 세금까지 들여가며 염전을 지원했던 정부가 어민들의 고통을 방관해선 안된다. 국민과 어민 안심이 확보되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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