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는 뭐하는 경찰이야??
상태바
아빠, 아빠는 뭐하는 경찰이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9.19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광주동부경찰서 경비교통과 진석중=필자가 지금은 폐지된 기동대 소대장으로 집회시위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니 대략 20여년 전 쯤의 일로 기억한다. 지금은 퇴직하신 선배 한 분이 뜬금없이‘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물러나야 한다.(정확한 제목은 아닐지라도)’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쓰셨던 일이….

당시 집회현장은 음주는 기본이고 극도로 폭력적인, 쇠파이프와 죽창을 휘두르고 인도의 보도블럭을 깨서 던지던, 심지어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서울 시내에서도 비일비재했던 소위‘불법폭력집회’의 끝자락이지 아니었나 싶다. 그 기고문을 접한 곳도 집회현장에서 다친 소대원들을 데리고 간 경찰병원 응급실에서였으니 말이다. 장문의 글이었지만, 내용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경찰 지휘부를 향한 강한 일침도 있었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답이 없는 상황이니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일반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행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선에서 시위대를 자극하지 말고 경찰이 한발 멀찌기 물러서서 대응해보자는 취지였다. 

그 기고문을 접하고 처음 드는 생각이 ‘와, 참신하다. 좋은 생각이다’는 아니었다. ‘이 분 일선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계셨군. 현장을 너무 모르시네?’ 정도? 마침 그 기고문을 접한 시점과 장소가 필자의 감정을 더욱 자극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여담이지만, 곧바로 이어진 정기인사에서 그 기고문을 쓰신, 과학수사계에 근무하시던 그 선배는 생뚱맞게 기동대 중대장으로 발령받으셨다. 그것도 필자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대로…. 

하지만, 그 선배와 치열했던 현장에서 함께 근무해 본 후 필자의 생각은 처음 기고문을 접했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대규모의 시위대와 경력이 부딪히는 현장에서는 어려웠지만, 중대 단위로 출동하는 중소규모의 집회에서는 늘 경력앞에 앞장서서 시위 주최측과 대화와 타협으로, 때론 법을 무기삼아 경고도 하면서 불법과 폭력없이 집회가 안전하게 개최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조건 보장되고 보호돼야 하고, 이는 일반시민들의 생활권과 반드시 양립돼야 한다는 그 선배의 치안철학을 몸소 보고 배운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조금씩 알아가는 필자의 아들이 한번씩 물어본다. 아빠는 뭐하는 경찰이냐고. 경비경찰이라는 용어가, 집회나 시위란 말이 어려운지, 질문이 이어진다. 집회가 뭐야? 시위는 뭐야? 아빠는 왜 주말에 자꾸 회사에 가? 등등. 몇 번의 문답 끝에 이렇게 정리해줬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큰 소리와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생활을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아빠는 이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경찰이야.”

최근에 선생님들의 추모집회가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정해진 시간동안 질서 잘 지키고 끝나고는 뒷정리까지 확실한 품격있는 집회였기 때문이리라. 모든 집회시위 현장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집회 시위 문화의 교과서가 되길 기대해본다. 우리 경찰도 함께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