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대 투자 이민 사기…광주시·전문직도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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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대 투자 이민 사기…광주시·전문직도 속였다
  • /조상용 기자
  • 승인 2023.11.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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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업체 한국총판 대표 사칭 50대 덜미
‘3200억 대 투자’ 시 협의 동석·현지 견학까지

[광주타임즈] 조상용 기자=자녀의 영주권 발급·진학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 투자 이민을 제안, 전문직 부모들에게 수십억 대 사기 행각을 벌인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글로벌 의료기업 한국총판 대표 행세로 광주시마저 속여 당시 진행 중이던 ‘투자 협의’에 동석케 하거나, 현지 견학까지 주선하는 등 교묘한 사기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5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7년 무렵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며 자신을 미국 소재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업체 B사의 한국총판 대표로 소개했다.

피해자들은 학연·지연을 통해 A씨를 알게 됐다. 특히 A씨가 교포 출신 사업가로 행세하며 “B사 생산 제품의 국내 판매·유통을 독점하고 있다”, “광주시와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등의 말로 자신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A씨는 피해자들이 자녀 유학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B사에 지분 매입(예치) 형태로 100만 불 이상 투자하면 투자 이민이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자녀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다. 3년 뒤 환급 때에는 환율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투자 이민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면, 미국 공립대학 진학과 취업·졸업 후 비자 문제도 유리해지기 때문에 피해자 중 상당수는 솔깃한 제안에 넘어갔다.

A씨는 현지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의학 연구대상자 참여 등을 빌미로도 돈을 받아 챙겼다.

특히 의심을 거두지 않는 피해자들에게는 ‘B사가 광주에 설비 투자 유치 계획이 있는데 그 일을 도맡고 있다’고 그럴싸한 거짓말까지 했다.

심지어는 일부 피해자와 함께 시청 관련 부서를 찾아가, 투자 관련 대화에 동석토록 했다.

당시 시 관계자들 역시 A씨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고 피해자 측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피해자들을 가리켜 ‘B사 지분 투자 참여를 고민 중인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민선 6기였던 지난 2018년 2월 광주시는 당시 시장이 직접 ‘글로벌 의료기업 B사가 3000억 원 규모 투자로 일자리 350개를 창출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석 달여 만에 번복한 바 있다.

A씨가 B사의 한국 측 파트너를 자임, 시에 투자 의향을 전달했지만 B사 본사는 ‘투자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후 한국 측 파트너의 실체, 투자 유치 절차 등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A씨는 도리어 투자정보 유출 책임을 운운하며 시에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A씨는 이 무렵 ‘투자 이민’ 제안에 속은 피해자들과 함께 미국 현지 공장 견학도 다녀왔다.

A씨가 미리 B사 공장에 ‘투자자 시찰’이라고 알린 탓인지, 공장 측은 생산 제품군 소개 등 편의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A씨는 평소에도 ‘온라인 판매 중인 B사 제품은 모두 불법 유통이다. 고소할 작정이다’, ‘유명 인사도 투자했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했다.

끝내 감쪽같이 속은 피해자들은 각기 십수억 원 안팎을 A씨에게 여러 차례 나눠 건넸다. 이후 ‘투자 이민’에 따른 영주권 발급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피해자 4명은 결국 올해 초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한 피해자는 “A씨가 시와 현지 공장까지 끌어들여 피해자들을 교묘히 속였다. 당당하게 시청에까지 동행하니 A씨가 주도적으로 B사의 투자 협의를 이끄는 것으로 믿었다. 무산 발표 이후에도 단순히 실무상 문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지난해만 하더라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최근에도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 엄정 수사·처벌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수사에 나선 광주경찰은 지난 10개월간 수사를 벌여 사기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전문직 종사자 등 4명으로부터 투자 이민 알선·해외 교환학생 참여 등 빌미로 투자금 43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B사 본사에 문의한 결과, ‘한국총판 대표는 다른 인물이며 A씨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B사 한국총판은 A씨의 사기 행각 이후인 지난 2021년에야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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