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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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1.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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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오늘(11월 8일)은 입동(立冬)이다.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과 첫눈 내리는 소설(小雪)의 사이에 있는 19번째 절기로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날이다. 입동 무렵이 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땅속으로 들어가며,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이 마르기 시작한다.

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서 김장을 하며, 땅에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기도 한다. 

입동에는 ‘치계미‘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하였다. 음식을 준비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미꾸라지를 잡아 도랑 탕을 대접하기도 했다.

또한 감을 따서 탈삽해서 먹거나 말려서 곶감을 만드는데, 겨울새들의 먹이로 남겨두는 나무 꼭대기의 감을 ‘입동 까치밥’이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세대들은 계절을 나타내고 의미하는 절기(節氣)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지은 옛날 어르신들은 계절의 변화가 생존과 직결됐다. 그래서 1년을 세분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를 정하였고, 이에 맞추어서 씨앗과 농기구를 준비하고 논과 밭을 갈아 곡식을 수확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지금은 음식도 푼푼하고, 옷과 난방 덕분에 ‘등 따신 겨울’이 가능해졌지만, 헐벗은 때의 겨울은 공포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추수할 때에도 헐벗은 이를 위해 이삭을 따로 거두지 않았고, 한겨울 배를 곯을 까치를 위해 감나무에 홍시 몇 개, ‘까치밥’을 남겨 뒀다.

겨울은 삶이 팍팍한 이들에게는 고난과 역경인 고통의 계절이다.

고난과 역경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겨낼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수만 년 쌓인 암묵지(暗默知)이고 지혜이다. 그러나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져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가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동체의 정신을 잊으면, 고통은 모두에게 더 큰 무게로 찾아온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

어쩌다 세상이 이토록 각박해졌는지 매우 슬픈 일이다. 

하지만 ‘함께’의 뜻을 새기며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자비를 조금이나마 베풀면서 살아간다면 각박한 사회이지만 훈훈한 정이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개개인은 비록 현재의 삶이 어렵지만, 용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행복의 문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입동(立冬)을 계기로 우리 모두 우리가 사는 이웃을 향해 관심을 기울이고 연민의 정을 나누며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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