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그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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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그리운 세상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1.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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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올해도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이한 올해엔 크리스마스와 송년회가 맞물려 사람들은 각종 모임 약속을 잡느라 바쁘다.
사람은 왜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날까. 

외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은 예외 없이 ‘혼자’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떠나기에 사는 동안에는 혼자서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며, 누군가에게서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하고, 살갑게 온기를 나누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성장하면서 실존적 외로움에 흐느끼며 친구와 애인을 찾는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관계의 연결망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공고화하고 비즈니스로 엮어 생존의 영속성에 기반을 다진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믿을 것은 관계망이라는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구촌 모든 사람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 시대인 현대사회는 역설적이게도 고립과 단절이 깊은 시대이기도 하다. 연결의 망이 자유롭고 넓고 촘촘하지만 의외로 외로운 사람이 많다. 친구가 없거나 적기 때문이다.

명함 돌리고 눈도장 찍는다고 관계망이 저절로 늘어나고 심화하지 않는다. 연말에 동창회나 각종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많은 사람과 만나며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어 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할 얼굴을 떠올리지 못한다. 홍수에 마실 물 없는 격이고, 군중 속의 고독인 셈이다. ‘넓은 관계’가 ‘깊은 관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란 단지 ‘아는 사람’이 아니다. 친밀한 사람이요 신뢰하는 관계이며 서로가 공유하는 감정과 따스한 스토리가 있는 만남이다. 내가 힘들 때 가족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비밀을 정말 친한 친구라면 터놓을 수도 있다. 친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고대로부터 많은 철학자와 현자, 지식인들이 친구에 대한 명언을 남겼다. 키에르케고르는 ‘친구란 나의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그 소중함을 말했다. 서양 속담에는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동양의 고사성어에도 지음, 지란지교, 막역지교, 관포지교, 지기지우, 죽마지우 등 우정을 나타내는 고상한 말들이 많다. ‘친구’ 혹은 ‘우정’만큼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는 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복잡해지고 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친구의 개념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소꿉친구, 죽마고우의 개념은 점점 희석되어 가고 SNS 친구, 커뮤니티 친구, 동아리 친구 등 지연, 학연, 그리고 나이를 초월한 친구들을 가지게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 세상을 혼자서 살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고 어울리면서도 서로 친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족 등 친지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절친한 친구가 있어야 외롭지 않고 살맛을 느낄 수 있다. 
쓸쓸한 겨울이 왔다.

고 함석헌 선생의 시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가 떠오른다.

진정한 친구가 그리운 세상, 믿음이 정말 아쉬운 세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물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친교와 신념이 변하지 않는 세상이 정말 그립고 아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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