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희생에 비하면 초라한 ‘의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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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희생에 비하면 초라한 ‘의사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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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편집국장 김미자 = 세월호 참사 살신성인 3人이 의사자(義死者)로 지정됐다.
지극히 평범한 이름 없는 이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 한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의로움을 감행해 온 국민적 슬픔속에서도 우리사회가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정부는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구한 승무원 故(고) 박지영씨, 아르바이트생 김기웅씨(28), 직원 정현선(28·여)씨 등 3인을 의사자로 인정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했으나 자신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라고 말했던 22세의 박지영 씨는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김 씨와 정 씨는 함께 평생을 기약한 사이로 9월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돕고 또 돕기 위해 선내로 들어갔다가 끝내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다

선장이 책임감과 직업윤리를 내팽개치고, 재난대응 체계가 허물어진 바로 그 순간 이들의 의로운 행동으로 많은 학생과 시민은 목숨을 구한 것이다.

국가가 의로운 행위를 인정하는 의사자 지정은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최소한의 도리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그 유족은 보상금과 의료급여, 교육·취업 보호 등을 받는다.

2010년 3월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다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 충돌하는 바람에 숨지거나 실종된 금양호 선원 9명은 법률 개정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1년 8월 가까스로 의사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당시 국민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유족들은 의사자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지난 2월 패소했다고 한다. 정부는 금양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세월호 영웅들의 희생정신에 걸맞은 예우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데 세월호에는 의사자로 지정된 세 승무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단원고 고 남윤철 교사를 비롯한 여러 교사, 수색 작업 도중에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 생명을 걸고 악조건 속에서도 구조작업을 벌인 민간 잠수사들,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준 또 다른 의인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이라 부르면서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국가와 사회적 책무는 더 이상의 의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의 값진 희생에 비하면 ‘의사자’ 지정은 너무도 초라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아픔보다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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