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이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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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이 없는 사회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1.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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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내 편, 네 편의 진영논리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불신과 맹신 사이에서 끝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요즘 “인간은 불신의 동물이면서 맹신의 동물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난해는 특히 지독한 불신과 맹신의 틀에 갇혔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객관적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만 믿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때로는 분별력을 잃은 맹신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믿음을 넘어 다른 쪽의 믿음을 강요했고, 따라주지 않으면 곧바로 불신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 어떤 대상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지옥에 매몰돼 다른 쪽의 모습을 들여다볼 생각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 신뢰 부재의 사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 한 예로 사법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재판의 장기화, 법원 인사제도, 상고 제도 등 산적한 사법개혁 과제 해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재판 결과·재판 진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며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또한, 정치적, 이념적인 양극화의 심화는 정치적 불신, 분노, 갈등을 증가시켜 효과적인 정부 운영을 막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민주주의적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정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에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라는 것이 있다. 정서적 양극화란 자신이 지지하거나 소속된 집단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호감이나 신뢰를 가지나,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반감이나 불신을 가지는 경향을 의미한다. 그 사례들을 각종 매스컴을 통해 우리는 거의 매일 접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민을 통합하며, 갈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한기대 총장을 지낸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는 저서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대방을 적대시하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되풀이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상황에서는 오래 확립돼왔던 법 제도나 규범도 지켜지지 않아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고 했다. 

정당, 이념, 혹은 정책적 차이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될 때, 민주주의의 원리와 가치는 간과되기 쉽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핵심적인 가치의 약화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점진적이고 질적인 후퇴를 동반하는 민주주의의 침식을 가져올 수 있다.

불신은 불신을 낳고 끼리끼리 편을 갈라놓는다. 그래서 불신을 망국적인 고질병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 신뢰 사회로 인식된 지 오래고 사회 전반에 불신이 가득 차 있다. 이런 상태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 국가의 명운을 위해서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위해서도 이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선시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며, 신뢰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 공직자는 공직자 윤리를 철저히 지키며 국가의 공복으로서 봉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만 보고 좋은 정책개발에 몰두하고 정치인은 지혜와 덕을 갖추고, 투철한 민주 의식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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