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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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그리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2.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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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내일이 지나면 3월이다.

2월 말이 되면서 은근히 3월이 빨리 오길 바랐다. 3월은 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봄은 추운 겨울 끝에 와서 더 따듯하고 밝은 느낌이다. 아직 다 가져가지 못한 겨울 여운이 남아 있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봄이다.

봄은 자연이 주는 축복의 계절로 마치 반가운 손님을 태우고 멀리서 귀항하는 배처럼 서서히 모습을 보이며 다가오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추워서만은 아니다. 이는 화사한 꽃 소식과 함께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봄에는 새로운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과도 같은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돌아오는 생명의 전령들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의 봄이 있기에 겨울은 견딜만하고 추운 겨울이 있기에 봄은 아름답고 활기찬 계절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름다운 봄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옛날 사람들이 봄에 대해 느끼는 정서는 오늘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다. 부실한 옷으로 동장군이라 불리는 추위와 싸워야만 했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며 봄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마음은 지금으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그리해 대문 양쪽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쓴 입춘첩을 붙이고 봄을 크게 환영했다. 봄을 단순히 절기에 따라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인간 만사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는 신령한 존재나 화평의 화신(化身)이 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접했던것이다.

옛날의 삶이 자연 의존적인 삶이었고 보면 자연의 봄을 그처럼 반갑게 맞아들이고 축복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일찍이 찾아와 따스한 봄을 알리는 제비는 복을 주는 새로 남을 수 있었고 쏜살같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며 우짖던 종달새 소리는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존재의 축복 노래로 들렸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시대에 느끼는 봄과 옛날에 느끼던 봄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봄은 자연이 내린 아름다운 축복과 희망의 계절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봄이 다른 해보다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봄과 함께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소설에는 ‘장사하는 사람과 정치하는 사람은 믿지 말라’는 말로 정치인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사회 구조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자연이 인간에게 복을 준다고 하지만 사람의 인화만은 못하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치가 만능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치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현실이 어려워도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우리의 그러한 기원이 부질없는 것만은 아니리라 믿는다. 이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방을 대문이 아니라 가슴에 안고 따스한 봄을 기다려야 한다. 바른 사회의 초석을 다지는 희망과 평화의 계절이 돼야 한다.

그러나 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는 않는다. 봄은 맹위를 떨치며 사람을 넘어뜨리려는 동장군과 싸워 이긴 사람에게 찾아오는 축복의 화신으로 온돌방에서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에게는 봄이 아니라 변함없이 찾아오는 절기일 뿐이다.

옛사람들이 보여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봄을 맞이할 때 봄은 들에만 화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아름다움을 전하는 계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올봄은 긴 겨울을 멀리하고 푸른 생명이 존재하는 이상적 공간, 상춘(常春) 지대가 우리 사회에도 펼쳐지는 따듯한 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봄을 다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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