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재앙에 힘든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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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재앙에 힘든 농촌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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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열심히 일하는 ( )들, 자연이 가르쳐준 법칙에 따르는 피조물이 인간왕국에 질서라는 법을 가르쳐 주노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헨리5세’에서 이토록 칭송한 존재는 무엇일까? 정답은 꿀벌 이다.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차지하는 무게가 1.5Kg인 것을 감안하면 꿀벌은 그야말로 티끌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이 작은 꿀벌은 의사결정과 전달과정에서 경이로운 능력을 자랑한다. 매년 늦봄이면 어미 여와벌과 꿀벌집단은 옛집을 떠나 새로운 집을 찾는 분봉을 한다.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하지 못해 3분의1이 남고 3분의 2는 새집을 찾는 여행이다. 1만여 마리의 벌떼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장관을 연출해 낸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수많은 벌들이 새 집터를 찾고 짓는 과정이다. 그리고 꽃에서 꿀을 머금고 와 모은 것이다. 이형기 시인은 시낙화에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노래했다. 꽃이 지는 모습과 인간사의 이별을 겹쳐 본것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그림자는 꽃마저 가야할 때를 모르게 하고 있다. 여름이 앞당겨지면서 꽃이 예전보다 일찍 지는 것. 꽃이 피어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꽃에 기대어 사는 벌과 새의 운명까지 위태로워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간도 운명까지 위태로워지고 있다. 허나 맛으로는 달달하기가 벌꿀만한것이 없다. 떡과 약과 따위도 이게 아니면 (맛이)아름답지 못하다.

조상이 살아계실 때 꿀을 즐겼다면, 돌아가신 뒤 제사에 마땅히 써야한다고 (이익의 성호사설에 쓰여 있다) 벌꿀은 예부터 달콤함의 대명사였다. 고구려 주몽시대에 양봉이 전래됐다고 알려지는데 고려와 조선은 꾸을 귀히 여겨 일반 백성이 꿀 넣은 유과 만드는걸 금지하기도 했다. 구한말 서양종벌이 보금돼 생산량이 늘 때까지 꿀은 고급품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달짝지근한 꿀과 별개로 이를 생산하는 벌은 우리문화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실생황에선 사람도 쏘는 침을 품어 조심스럽고 두려운 곤충이나 문화적으로는 벌이 아닌 생태적 특성에 빗대 다양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이 강원지역 양봉문화를 조사한 보고서 강원도 인제의 토종벌과 토봉꾼은 이러한 벌이 지닌 민속학적 상징과 의미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민속 문화에서 곤충은 각기 고유한 함의를 지녔다. 나비는 이상적 기쁨이나 장수를 상징했다. 개미는 부지런함과 질서를 의미했다. 매미는 한자로 선 인데 신선선과 발음이 같아 신성함이나 불멸을 대변하는 존재로 읽혔다. 이에 비해 벌(한자로 봉)은 다소 복합적이다. 사대부는 꿀벌을 신의와 의리의 곤충으로 극찬했다. 특히 왕에게 모든 걸 바치는 신하의 충절을 지녔다고 여겼다. 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 (1731~1783)은 시문집 담헌서 에서 “군신간의 의리는 벌에게서 취해온 것이다. 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적었다. 여왕벌 한 마리를 모시고 일사불란하게 명령에 따르는 습성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벌의 위계질서를 높이 샀던 양반계층과 달리 민가에선 부지런함에 주목했다. 성실하게 일하며 꿀을 열심히 모으는 모습에서 벌을 복과 부귀를 가져다주는 아이콘으로 받아들였다. 한데 세계적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꿀벌실종의 재앙이 우리 한국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달기, 수박, 배, 가지, 호박등 과일과 야채농사에 반드시 필요한 꿀벌이 급격히 줄어 농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더구나 2010년부터는 농도인 전남 22개 시군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 토종벌의 91%와 양봉의 25%가 폐사해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재앙은 이제 중대한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은 농도인 만큼 다른 지자체보다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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