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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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같은 인생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4.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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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전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정기연=그릇은 인간이 사용하려고 만든 도구지만 그 쓰임에 따라 이름이 달아진다. 안에 무엇을 담았느냐에 따라 빈 그릇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이라 하며, 그것을 만든 재질에 따라 질그릇 놋그릇 사기그릇이란 한다.

이병철 회장은 사람을 채용하면서 총평을 그릇에 비유해 말했다 한다. 비록 외모는 볼품이 없고 출신 학교도 변변치 못하지만, 사람을 그릇에 비유해 큰 그릇에 기용해야 할 사람과 작은 그릇에 기용할 사람을 분별했다 한다. 작은 그릇 인품의 사람이 취업해 큰 그릇의 일을 하기 어려울 것이며 큰 그릇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작은 그릇의 일을 맡기면 능률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다.

노자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했는데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군자불기가 폭넓은 다양성을 뜻한다면 대기만성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그릇의 크기를 말한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큰 그릇이 이루어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갈고 닦아야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한다면 군자불기와 대기만성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좋겠다.

흔히 따지자면 그릇의 용도가 무엇인지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비싼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릇에 무엇이 채워져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그릇이라도 추하고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으면 더러운 그릇일 뿐이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그릇을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뛰어난 장인들이 있었고 그들이 만든 명품 그릇들이 있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사용하던 막사발도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그릇들은 만들었던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도 군자불기와 대기만성의 명품들로 키우면 좋겠다.

찬장 안에는 수많은 그릇이 있다. 모양에 따라 크고 작은 그릇, 재질에 따라 금 그릇 은그릇 스테인리스 그릇 나무 그릇 질그릇이 있다. 이러한 그릇은 연중 주인의 선택에 따라 쓰이고 있으며 날마다 쓰이는 그릇이 있는가 하면, 일 년을 통해 한 번도 쓰지 않고 보관된 그릇이 있다. 그릇이 쓰인다는 것은 주인의 필요한 선택에 따라 쓰이고 있으며 선택되지 못한 그릇은 그릇으로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소중한 그릇은 재질과 모양과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주인의 쓰임을 받는 그릇이냐가 중요하다. 날마다 주인으로부터 선택받는 그릇은 항상 깨끗하고 속이 비어있으며 자주 쓰임에 불평하지 않는다. 비록 못 생기고 작고 재질이 낮은 질그릇 일지라도 쓰임을 많이 받는 그릇은 주인의 뜻에 합당한 그릇이다.

우리가 사는 인간 사회는 찬장 안의 그릇처럼 잘난 사람 못생긴 사람, 많이 배운 사람, 적게 배운 사람, 재산이 많고 적은 사람, 건강한 사람, 허약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처럼 인생은 물질, 재능 시간, 건강 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은혜가 임할 때 선하고 거룩하게 쓰임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인생이 사회를 위해 어떤 쓰임을 받고 있느냐가 중요하며 소유보다는 쓰임이 더 중요하다. 쓰임 받지 못하는 금 그릇보다는 많이 쓰임 받는 질그릇이 더 우대받는다. 사람이 사는 데 할 일이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며 쓰임 받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어떠한 어려운 일을 하며 고생하는 것은 주님의 쓰임을 받는 그릇임을 알고 은혜에 감사해야 하며 쓰임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러므로 할 일이 없는 사람은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할 일을 찾아서 열심히 일하면서 소중하게 쓰임 받는 인생 그릇이 돼야 한다. 우리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로부터 쓰임 받아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은 일을 해 자랑스럽고 보람찬 실적을 남긴 인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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