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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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4.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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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민심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무섭게 심판했다. 

지난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헌정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참패를 당한 것은 협치·소통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대통령실에서 국정 쇄신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만시지탄(晚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선거 전에도 여러 차례 국정 쇄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마이웨이만 고집해 온 정부가 이번에는 국민의 참 목소리를 수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4년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여소야대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의회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예산 처리가 불가능한 처지를 이어 가게 됐다. 

거야(巨野)는 정부 정책을 제동 걸고, 각종 포퓰리즘 법안을 대거 밀어붙일 것이다. 노동·연금·교육개혁, 의료 개혁을 비롯한 윤 정부의 국정과제는 입법 장벽에 가로막혀 추진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각종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만큼 진짜 위기의 시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민심은 여당에 개헌 저지 의석을 주면서 야권의 일방 독주는 허용하지 않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민주당 역시 승리에 도취된 채 자만하지 말고 민생을 더욱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으로 풀이된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 퇴보’ 현상을 한탄했다. 이 현상은 한국에서 특출하다. 망국적인 영호남 갈등을 넘어선 ‘진영(陣營) 대결’이 극에 달해 출처가 다른 뉴스를 접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 한국형 ‘닫힌 사회’가 고착화하고 있다. 강대강(强對强) 진영대결 양상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동서로 뚜렷하게 나뉜 지역주의가 재연된 것은 정치권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심상찮다. 올해 미국 대선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미(韓美) 동맹에 여러 가지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북·미(北美) 간 직거래가 재개되면 한반도 문제의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대북 제재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것도 심상찮다. 한국과 중국의 냉기류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이런 외교·안보 사안에서도 국익을 위해 여야가 조율된 목소리를 내고, 서로 역할을 나눠 물밑에서 의원 외교를 펼친다면 나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늦을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기본에 충실하라’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3년 임기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항상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야당도 승리에 도취해 정부를 압박하는 일에만 몰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은 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안다. 또 일부 당선인의 언행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최선도 차선도 아닌, 그저 차악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민주당도 국정에 절대 책임이 생긴 이상 여야 협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거대 의석을 쥐고도 정부 발목잡기에만 골몰한다면 반드시 국민의 역풍(逆風)을 맞게 된다. 

민심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또 그래 왔다. 여야 당선인은 민심에 부응할 책무가 있다. 국민을 존중하듯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 대내외 여건은 한눈팔 새도 없이 급변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정쟁으로 날 새울 여유조차 없다. 이번에도 협치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는 점을 여야 모두 똑똑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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