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의 구조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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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구조적인 문제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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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우리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심장은 자신의 일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몸의 일부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도 본질적으로 자신의 현안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심장이라는 신체 장기의 일부에 말썽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정신은 심장처럼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어떤 도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자기 자신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정신이 자신이고, 자신이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 정신이 약속을 잊어버렸어!”대신 “내가 약속을 잊어버렸어!”하고, “내 정신이 부엌 가스 불 끄는 것을 깜박했어!”대신 “내가 부엌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었어!”라고 흔히 말한다.

정신이 곧 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에 정신과 자신은 분리가 불가능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정신작용에서 비롯된 모든 행위는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간주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신의 능력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작심한다면 그것을 실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곤 의도한 대로 실행하지 않고 실패를 하면 그것은 자기 생활에서 일어난 단순한 ‘사고’나 ‘재앙’으로 간주하면서 자위를 한다.

그렇지만 결심한 바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인간 정신구조의 결함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정신은 계획하는 일만 뛰어나지 실행하는 일은 처리하지 못한다. 인간의 정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하는 전반부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만 정한 일이 성취되도록 실행해내는 후반부의 역할까지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결정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인간정신구조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행동하는 일의 전체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실행까지는 치러내지 않는 반쪽체계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정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원하는 대로 정하는 일은 언제든 완숙하게 처리해내지만 자신이 정한일임에도 결심한 일을 실천하기까지는 감당하지 않는 구조적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간정신이 전체라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언제나 만족스럽게 성취해내야만 한다.

하지만 반쪽이라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가려 모으는 작업은 달달하는데 결실을 얻도록 하는 실행 작업의 재량권은 발휘하지 못한다.

자기 욕망의 결실을 성취하는데 정작 필요로 하는 실행 행위를 자유자제로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했다고 자부하는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생물은 각각의 내면에 자기만의 고유한 정신적 안내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들은 미리 짜여진 안내체계의 각본에 따라 특정 환경조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본능이 작동한다.

본능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미리 짜여있는 안내체계이므로 적합한 조건이 되면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이 오직 이미 새겨진 대로 믿고 간단하게 실행만 하면 된다.

따라서 본능에 기초한 안내체계는 언제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의욕만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본능적인 삶에는 작심삼일이란 아예 없다.

다만 본능에 따른 행위에는 상황에 알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행동은 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다. 그러니 본능에 따라 무조건 확신하는 행위가 편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때나 무조건 틀릴 때가 있다.

그러면 본능에 따른 행위가 그 대가를 치러야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인간의 내면체계는 논리적 사고를 통해 직면한 조건에 대한 분석과 통합을 바탕으로 원하는 목적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행동지침들을 생성해내는 데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

이처럼 인간은 스스로 자기내면의 안내체계를 끝없이 자극하여 최선의 실행방법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능력을 드러내면서 계속 똑똑해진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의식은 논리적으로 성취행위의 길잡이들을 그토록 훌륭하게 만들어내지만 인간의 정신안내체계는 필요한 의도들을 무시하고 행위지침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이치에 맞지 않고 모순된 결정적인 구조적 허점을 갖고 있다.

인간은 올바른 생각을 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선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 반쪽짜리 정신적 구조를 가진 존재인 것이다.

만약 인간의 정신체계가 전반부에 실행지침을 생성해내는 것처럼 후반부의 자기안내 설계까지 논리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의도한대로 행동할 것이며 마음먹은 대로 실천해 낼 것이므로 원하는 것은 언제나 그대로 거침없이 이루어낼 것이다.

그렇지만 명상수행을 통해 늘 자기내면을 들어다보고 의도적으로 안내체계를 챙겨서 모순된 정신체계를 지혜롭게 극복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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