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환경진흥원, 저품질 장비 구입 배정가 ‘뻥튀기’
상태바
전남 환경진흥원, 저품질 장비 구입 배정가 ‘뻥튀기’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10.14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상수도, 같은 가격에 감도 성능 5배 좋은 장비 구매
“최고사양 구축” 해명도 거짓…전문가 심의서도 지적無
[사회=광주타임즈] 정재춘 기자= 44억여원의 장비 납품 계약 과정에서 혈세 낭비와 업체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재)전남 환경산업진흥원(9월29일 보도)이 애초부터 저품질의 장비를 구입하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배정금액을 책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중저가 저사양 장비 구입은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최신·최고 사양의 장비를 구축했다"던 진흥원의 해명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 "최신·최고 사양 구축" 해명 사실과 달라

14일 전남 환경산업진흥원(이하 전남 진흥원)과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조달청에 따르면 전남 진흥원은 지난 9월 경쟁 입찰을 통해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로 불리는 'LC/MS/MS' 장비를 Y업체와 43만9300달러에 계약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같은 업체 제품, 비슷한 성능의 장비를 경쟁 입찰로 34만6300달러에 구입한 것보다 9300만원(달러 당 1000원 기준)이 비싸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

전남 진흥원은 해명 자료를 통해 "서울보다 14종의 부속 장비가 더 들어가 그 만큼의 가격 차이가 난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최고 사양의 장비를 구축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남 진흥원은 반대로 진흥원 장비에는 없고 서울 장비에만 들어가 있는 부품과 가격(3만여 달러)은 뺀 채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최고 사양의 장비를 구축했다"는 해명 역시 취재 결과 사실과 달랐다.

전남 진흥원이 구입한 'LC/MS/MS'의 모델명은 '6460'. 그런데 다른 기관들이 사용 중인 'LC/MS/MS'의 가장 최신·최고 사양은 같은 업체의 '6490'이었다.

두 장비의 가장 큰 차이는 이른바 '감도'라고 불리는 성능. 전남 진흥원이 구입한 '6460'의 감도는 1만대1, '6490'의 감도는 5만대1로 표면적 수치상 무려 5배나 성능 차이가 난다.

현재 '6490'을 사용하고 있는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한 관계자는 "'LC/MS/MS' 장비의 가장 중요한 성능은 감도"라며 "(6490을 6460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필요 없을 만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장비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적으로도 1억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높은 배정금액 의문…전문가 선택도 '저사양?'

인천은 '6490'을 44만6300 달러 정도에 구입했다. 반면 전남 진흥원은 5분의1 수준인 성능의 '6460'장비를 43만9300달러에 계약했다. 1억원 정도 저렴한 장비를 불과 700여만원 싼 금액에 계약한 것이다.

이 같은 계약금액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남 진흥원이 애초부터 장비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배정 금액을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경쟁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요기관이 책정한 배정금액 아래로 입찰 가격을 적어내기 때문에 배정금액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전남 진흥원은 이 장비의 배정금액으로 44만6500여달러를 적어냈다.

5배 가량 성능이 좋고 1억원 가량 값이 비싼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인천이 적어낸 45만6500달러와 1만 달러(10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배정금액의 차이는 결국 입찰 금액, 계약 금액(700여만원)의 차이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제대로 된 시장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특정 업체와의 계약을 미리 염두에 둔 상태에서 마크업(markup·원가를 제외한 이윤)을 높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업이 높은 만큼 업체가 가져갈 이윤은 더 많아진다.

전남 진흥원의 장비 구매 시점도 이 같은 의혹을 낳고 있다.

인천은 '6490'을 지난해 6월 구매했다. 인천 관계자는 "시장 수요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유관 기관 등에서 '6490'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당시 가장 사양이 뛰어난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즉, 지난해 6월 전후로 시장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장비의 존재를 올해 8월까지도 전남 진흥원은 몰랐던 셈이다.

전남 진흥원은 당시 장비 심의에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K-water 센터장 등이 참여했으며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전남 테크노파크, 여수산단 기업 환경부서장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내 분석 장비 전문가들의 자문과 심층심의 11번이 이뤄졌지만 진흥원이 강조한 "경쟁력을 갖춘 최고 사양의 장비"는 결국 '6490'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6460'이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거래 금액에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던 기회를 진흥원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놓쳤다.

◇ 35억 추가 장비 입찰 앞둔 진흥원 사실상 해명 거부

더욱이 이 같은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남 진흥원은 19개 품목, 41억7000만원의 계약 중 Y업체 또는 Y업체의 계열사와 9개 품목, 12억7000만원을 계약했다.

Y업체와 계열사는 거의 모든 입찰 과정에서도 경쟁 업체들이 진흥원의 부적합 판정을 받아 탈락하면서 낙찰 받았다. 이로 인해 '특정 업체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의혹 속에 진흥원은 10월 35억원에 달하는 추가 장비 입찰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혈세 낭비'와 '또 다른 입찰 문제'를 막기 위한 철저한 조사와 조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달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배정금액과 계약금액이 사실과 맞는지, 사실이라면 배정금액을 왜 높게 책정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전남진흥원은 "유선 상으로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사실상 해명을 거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