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삭감 뒤 ‘연금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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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삭감 뒤 ‘연금 개혁’을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12.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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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 정치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다. 한데 한국 정치는 그렇지 못하고 ‘벌거벗은 임금님’이 됐다. 국민의 눈에는 벌거벗은 흉한 모습인데, 정작 정치인들만 자기들이 옷을 잘 입고 있는 듯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가 신뢰받지 못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한국 정치는 ‘전신마비’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다보니 국민의 삶과 소리가 잘 보이고 잘 들릴리 만무하다.

그러나 최근 모처럼 연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새누리당과 공무원들 간의 끝장토론이 30분 만에 결렬되었다. 연금 개혁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만 것이다. 그간 여당 대표가 선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의 절박함을 역설해온 터라 아쉬움이 컸다. 끝장토론 파행 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연금법 개혁안 철회를 요구하고, 사회적 합의체에 공투본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는 여정은 험난해 보인다.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반발하는 공무원들의 입장도 일견 이해된다. 개혁안 골자는 이렇다. 내야 할 기여금은 43% 올리고 받는 연금을 34%로 낮추자는 것이다. 또한 연금 수령시기를 65세로 늘리고, 물가 상승률을 낮은 수준으로 반영하며 적자 보전에 대한 국가책임부분을 조정한 터라 손해를 볼 수급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니 반발하는 공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하라고 윽박지를 일도 아니다. 그런데 부족한 연금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점, 일반 국민연금과의 차이가 너무 커 공무원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저항이 크다는 점을 우리 모두 간과해선 안 된다.

‘내가 내는 세금’이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적자 메우기에 쓰이는 것에 동의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의 천문학적 적자는 재정을 파탄시키고 이로 인한 국가 안보도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필자는 그 답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모두 알다시피 적자의 누적은 후세에 큰 짐이 되는 만큼 연금 개혁은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다. 따라서 개혁안은 현 공무원들이나 은퇴자들의 양보와 희생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개혁안 발의자들부터 솔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여당 국회의원 동의 아래 당대표가 대표발의를 한 만큼 발의자들부터 어려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집권 여당은 소속 의원들의 세비를 적어도 30% 정도 삭감하겠다는 자세로 구체적 안을 함께 내놔야 한다. 또한 기여금 한 푼 안 내고 받고 있는 기존 국회의원 연금은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대체되어야 마땅하다. 수령 연금은 낸 기여금에 합당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렇게 볼 때 기여금을 안 낸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의 경우 연금 수령 명분이 떨어진다.

향후 개혁안 취지에 맞춰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공무원처럼 기여금을 내고 연금수익비 또한 개혁안과 똑같이 연차에 따라 최소 1.1배로 조정해 연금을 받아야 합당할 것이다. 위로부터 제살 깎는 희생을 감수해도 겨우 될까 말까한 것이 연금개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통령부터 앞장서고 국회의원들이 희생적으로 솔선해야 정의로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공무원 연금개혁에서 주도하는 사람들이 입으로만 외치고 본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다. 연금개혁이 절박한 과제라는 설명이 거짓이든지 아니면 국가재정이 어렵긴 한데 그 해결은 내가 아닌 오직 공무원들의 희생을 통해서만 달성하려는 의도다. 과연 어느 쪽인지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니 ‘벌거벗은 임금’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한국 정치인들은 스스로 제대로 된 옷을 차려 입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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