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일 오후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용자 측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포스코·이지테크 규탄 및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통해 "고인이 된 양 열사는 원청 포스코와 사내하청 이지테크가 자행한 노조말살 기도에 죽음으로 항거했다"면서 "회사는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동탄압 중단 및 재발방지, 불법파견 중단 및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 및 유가족 배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2일부터 포스코 이노베이션센터 앞에서 요구조건이 이뤄질때까지 집회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 양우권씨는 10일 오전 7시50분께 광양시 마동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의식을 잃은 채 아내에게 발견됐다.
양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졌다.
양 씨의 승용차 안에서는 박지만 회장, 노조원, 가족, 지인들에게 남기는 각각 A4 용지 1장 분량, 총 4장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조합원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그는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 정규직화 소송과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해 달라. 화장해서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달라. 새들의 먹이가 돼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박 회장에 대해서는 '자식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 뜨거운 로스터 주위에서 유독물을 취급하며 땅방울을 흘리고 있음에도 기업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조차 없다.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돼 달라'고 요구했다.
양 씨는 지난 2011년 부당해고를 당한 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승소해 지난해 3년 만에 복직했으나, 현장직에서 사무직으로 발령나고 연고가 전혀 없는 포항에서 근무하라는 압박, 집단 따돌림 지시 등이 이어지면서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양씨를 제철소 밖에 있는 사무실 책상앞에 대기시켜 놓고 1년 동안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며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고 동료들이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