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교권 추락…교사들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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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교권 추락…교사들의 슬픈 자화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5.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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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사에 대한 존경감·존중감 감소
배움·존중 담던 스승 의미 퇴색된지 오래
“과거 훈훈했던 스승의 날 풍경 찾기 힘들어”
[사회=광주타임즈]진태호 기자="사실 스승과 제자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제는 스승과 제자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안되지 않을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올해로 임용 25년 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변화된 '사제지간' 의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A씨는 기자가 '스승의 날'에 대해 묻자 "과거가 꼭 좋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옛날 우리가 말하던 배움, 존중의 의미를 담던 스승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퇴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람, 의미를 갖고 학교 생활을 함께하는 스승과 제자라고 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이제는 스승이 아닌 교사라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대다수 학교가 '스승의 날'인 5월15일 당일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업하거나 오전 단축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액 촌지 수수 사건 이후 행여나 모를 불미스런 일을 아예 막겠다는 뜻이다.

일부 학교만이 조례시간을 이용해 담임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줄 뿐 이외에 파티 등의 행사 풍경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면 현직 교사들이 기억하는 교실 내 스승의 날 풍경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부분 교사들은 과거의 날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A씨는 "담임을 안한 지 10년이 넘었다"면서도 "약 20년 전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들이 큰 판넬에 편지 등을 붙여 고마운 마음을 전해줬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희 학교는 아직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고 카네이션을 꽂는 정도"라고 말했다.

임용 17년 차 교사 김모(41)씨는 "한 반에 30명 정도 있으면 대개 5명의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소소한 선물을 준다"면서도 "좀 찝찝한 기분이다. 정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은 제한하고 촌지교사란 말이 일반화돼 그렇다"고 말했다.

국어교사 문모(33)씨는 임용 6년차 교사다.

문씨는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스승의 날이면 전교생이 모여 행사도 하고 수업도 평소보다 일찍 마쳤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정규수업만 하고 조례시간에 카네이션 달아주기 등의 행사도 없다고 문씨는 전했다.

화학교사 권모(53) 교사는 "10년 전만 해도 오전 수업만하고 끝났지만 지금은 정상수업을 한다"며 "그래도 여전히 조례에서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학생 신분이었던 이들이 기억하는 '스승의 날' 풍경도 최근의 세태와는 차이를 보였다.

회사원 박모(31)씨는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선생님들의 체벌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지 않았었다"며 "그런데도 스승의 날이면 풍선도 불고 케익도 준비하고 선생님께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날만큼은 선생님께 장난을 쳐도 웃으며 용서받을 수 있었다"며 "촌지 문제 때문이라지만 조금 삭막한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는 정모(32·여)씨는 "반 친구들이 직접 쓰는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보다는 정감있지 않았나 싶다. 체벌같은 것과는 관계없이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요즘 학생들 반응을 보면 무섭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과거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승의 날' 풍경은 단순 촌지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학부모가 교사보다는 자녀 입장을 우선시하는 풍토와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존경, 존중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3년 한 고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아이를 때리고 상담전화를 무시했다며 개학 당일 학부모가 30대 남성 3명과 함께 학교에 몰려와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정강이를 차며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화분을 들고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반대로 자신을 꾸짖는 교사에게 언성을 높이며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했다는 학생들의 사례도 이제는 익숙해진 사례가 돼버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29세는 78%가, 30대 80%, 40대 80%, 50대 90%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사가 학생들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대로 존중받고 있다는 답변은 19~29세 15%, 30대 12%, 40대 10%, 50대 3%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14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사건은 439건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 178건에 비해 2.5배 가량 늘어난 것이며 2013년 394건에 비해 11.4%가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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