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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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잊어서는 안된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7.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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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올해는 봄부터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었는데 북한은 100년 만의 가뭄이라 식량위기 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댐 덕분에 좀 낳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뭄은 무서운 존재였다. 이렇다보니 야윈 소 일곱 마리를 잡아먹는 꿈을 꾼 이집트의 파라오는 앞으로 7년 풍년 후에 7년 가뭄이 들 것이라는 해석에 따라 현명하게 대비하여 재난을 면하였다. 대비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민족 전체가 고향을 버려야 하는 수난을 겪었다. 힉소스족이 이집트를 지배하던 18~20왕조 시절(BC1800~1550)의 일로 성경에 있는 기록이다.

한고조 유방이 세운 전한의 말기, 동중서의 춘추재이사상(春秋災異思想=천인상관론)에 따라 “오래도록 비가 오지 않음은 한 왕조의 운이 쇠퇴했음을 의미하므로 현인을 찾아 양위해야 한다”는 풍조가 생겼다. 이에 따라 왕망이 양위받았다. 그러나 또 가뭄이 발생하자 농민들이 식량을 구하려 떼 지어 다니게 되었고 이들에 의해 왕망의 신나라(AD 8~23)는 멸망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392년부터 1863년까지 472년 동안 325년이나 가뭄피해를 기록한다. 그중 하나로 정조 22년 6월 12일(무오년, 양력 1798년 7월 25일)에 농부 김이원 등이 ‘본래 매 오년(五年)마다 가뭄이 심한데, 나라에서는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불평을 퍼뜨리고 있으니 처벌하겠다”는 장계를 올렸다. 이는 가뭄주기의 최초 기록이란 사실외에, 가뭄이 민심을 동요시키기도 하고 결집시키기도 함을 알려준다. 기우제, 묘파기, 수로 개설, 단체행락 등 집단을 이루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더 객관적인 자료로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은 20세기 최대의 자연재해 10개를 선정하였는데 가뭄이 상위 5위 안에 4개나 랭크되어 있다. (21세기 들어와서는 가뭄이 더 심한데…) 이 발표는 1907년에 발생한 중국의 가뭄을 1위로 지적한다. 2위는 1922년에 옛 소련에서, 4위는 1967년 인도에서, 5위는 1975년 아프리카 사헬지방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각각 500만명, 150만명, 6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외에는 홍수(2개)와 태풍(4개)이다. 이 기록들은 가뭄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막대한 피해를 끼쳐왔음을 의미한다.

2000년도 한국기상학회 봄학술 대회에서는 2000~2001년에 대 가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되었고, 신문과 방송은 이를 전국에 중계하였다. 근거로 대구지방이 여름 가뭄주기가 6년이고, 한국 전체의 봄 가뭄주기는 11년이며, 발생하면 2~3년 연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두 주기에 모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근세 들어 최초의 가뭄 예보였으며 예측은 잘 맞았으나 특별히 준비된 대응방침이 없어, 2001년 한해에만 약 7천억원의 피해 복구비가 정부예산에서 지출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각심도 잠시 지속되었을 뿐, 직후인 2002~2003년에 비가 조금 잦자, 2001년 대가뭄은 사후분석도 없이 잊혀져버렸고 이미 계획되었던 연구투자마저 취소되었다. 그래서 다시 가뭄이 발생하면 2001년과 유사한 비효율적 대응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

연 평균 2천500억원의 피해를 내는 재해가 이렇게 방치되었으니 아마도 21세기 문명의 가장 어두운 구석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에 불행 중 다행으로 2001년 가뭄이 미리 예측될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미국과 호주가 이미 오래전부터 가뭄의 진행 상황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며 적기적소에 대응전략을 발주해 왔음이 이 시기에 알려졌다. 무방침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오랜 관행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계기라도 마련된 샘이다. 때문에 2007년에는, 그리고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가뭄이 발생했어도 피해규모가 그다지 크질 않았다.

하지만 금년 가뭄을 볼때 물의 중요성이 더 한층 입증되고 있다. 댐 건설 댐 높이 등에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 국가만이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며 대비를 위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인 피해 경감의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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