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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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현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7.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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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최수호=우리는 누군가를 흠모하는 낭만적 애정에 취해 연모의 환희에 도취하기도 하고 연애에 실패하여 연정의 시련에 고통을 체험하기도 한다. 특히 청춘시절의 열정적인 사랑은 환상적인 희열을 맛보는 황홀경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깨지거나 경멸당하면 절망이 불러오는 맹렬한 슬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끌리는 관심이 옮겨 다닐 수도 있지만 단 한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첫 눈에 반한 사랑, 사랑과 결혼, 사랑과 욕정, 사랑과 배반은 흔히 접하는 인간사의 일종일 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은밀한 새로운 세계를 이루게 되면 연정의 대상은 유일하고, 특이하고, 중요한 존재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 극적인 의식변화가 일어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바로 그 사람을 선택했을까?” “깊은 사랑에 빠져 자신의 실체를 망각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중독 증상들을 올바로 살펴 새겨둠으로써 맹목적인 사랑의 실험대상이 되어 후회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사랑의 대상과 함께 살아 숨 쉬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소한 말과 행동은 우상의 힘을 지니게 된다. 심지어 결점까지도 특이한 매력으로 자신을 설득하게 되므로 바로 그런 결점 때문에 야릇하게도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의 무아지경에 이르면 애모의 감정이 갈망하는 환상이 멎을 시간이 없으므로 사랑의 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을 저버리지 못하고 온 세상이 완전히 다 바뀌어버린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초서는 “사랑하면 눈이 먼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깊은 사랑에 빠져 있다가도 흠모하는 사람의 무관심이나 애정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감지되면 사모의 감정은 곤두박질치면서 자신의 사랑에 반응하지 않는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가하게 된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면 감성적 슬픔에 젖어버린 짓밟힌 가슴을 부여 앉고 꿈속에서라도 다시 돌아서버린 사랑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애절하게 갈구하는 사랑의 추적 여행을 떠나면서 처절한 자신을 달래보려고 한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시당한 거부에 격노하고 있는 자신만 확인할 뿐이다.

그런데 사랑의 본질은 결핍에서 오는 굶주림이어서 사랑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배고파한다. 그러니 “당신을 사랑해”라는 표현은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 정서적으로 결합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나타낼 뿐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전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아와 상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취미, 습관, 가치관까지도 상대에 맞추어 바꾼다. 이처럼 사랑에 취하면 서로 매우 의존적 존재로 변신해버리기 때문에 서로 사랑 줄에 묶여있어야 안심하지 잠시라도 연결이 끊기면 분리의 괴로움에 시달릴 뿐이다. 그리고 이브가 금단의 사과를 따먹은 사실을 알고도 아담역시 그 사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함께 쫓겨나는 것처럼 서로 말과 행동에서 자신을 향한 상대의 느낌에 촉각을 곤두세워 사랑의 징후와 의미를 찾아내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잔혹한 앞날을 예고하는 역경과 시련이 닥칠수록 잠재적 짝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 지켜내려는 희망의 끈을 꼭 붙잡고 사랑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열정적인 극적희생의 불길을 서로 지켜낸다.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면 애정의 감정은 성적 갈망, 황홀한 성적 매력, 성적 욕망과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정서적 일체감을 성취하려고 성적 결합을 강렬하게 갈구한다. 그리고 정절을 지켜주는 성적 소유의 짝이 되어 서로 신성한 섹스의 독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이 보상받도록 정서적 결합까지를 갈망한다. 그러나 매력적 끌림에 쏠려서 그저 다가오는 매혹적인 유혹은 계획적이거나 의식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본능적 행위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적 통제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일시적인 끌림에 홀려서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유령처럼 자신을 붙잡는 판타지에 불과한 사랑의 마술은 대부분 2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사랑의 황홀경으로 소용돌이 쳤던 감정을 추스르고 평온을 되찾아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서로 화답하는 충만한 사랑이거나 메아리 없는 허무한 사랑중 하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랑중독의 증상들을 올바로 깨닫지 못하여 맹목적인 애정으로 헛된 사랑의 희생물이 되어 후회로 몸부림치는 사랑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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