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없는 모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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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없는 모기의 역습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8.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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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타문(打蚊) ‘모기를 치다’는 뜻이다. 당(唐)나라 때 도세(道世), 602~668)가 편찬한 불교백과사전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 옷감염색을 하는 대머리가 있었다. 하루는 대머리 염색공이 아들과 함께 물가에서 옷감에 물들이고 빨고 하는 과정을 끝내고 볕에 말려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침 그날 날이 몹시 더워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하고 어지러웠다. 대머리 염색공은 나무 그들을 찾아 그 아래에서 옷감자루를 깔고 누웠다. 한참 잠을 자고 있던 중 모기가 대머리 염색공의 머리에 앉아서 피를 빨고 있었다. 이를 본 아들은 “이 못된 모기놈. 하필 피곤해 주무시는 우리 아버지를 괴롭히다니”하고 커다란 몽둥이로 내리쳤다. 그러나 모기는 휙 날아가버리고, 몽둥이는 염색공 머리에 떨어져 그만 죽고 말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이야 나무랄데 없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이는 문제해결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 유배시절에 지은 <얄미운 모기>는 모기 한마리와 사투를 벌이는 듯한 극도의 긴장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사나운 호랑이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모기 한 마리 윙하고 귓가에 들여오면 /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다 / 부리꽂고 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어이하여 뼈속까지 독기를 불어 넣는가 / 베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 놓으면 / 금세 울퉁불퉁 부어올라 부처머리 같고 / 제 뺨 때려보지만 헛치는지라 /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이미 가고 없어 /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못 이루네 / 여름밤 지루하기 일년처럼 길고 몸도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 어찌 사람만 보면 침을 흘리는가 / 생략.

몇 년 전, 경남 울주군의 습지와 전남 해남군 간척지에서 모기가 대량 발생하여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고 심지어 가축이 폐사하는 일까지 생겼다. 공단 등의 오폐수로 근처 습지가 오염되어 수질이 4급수 이하로 떨어지면서 모기 유충의 천적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 모기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모기는 인간의 생활환경에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난방시설이 좋아지고 지구 온나화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빌딩의 지하 보일러실, 복개천 등에서 월동하며 사계절 사람을 공격한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가을철에 복개천, 지하상가 등엣 모기의 유충과 알을 채집하여 겨울에도 번식을 계속함을 확인했고, 피를 빨지 않고도 산란할 수 있는 집 모기의 변종인 지하집모기도 확인하였다. 지하집모기는 겨울철 14도 정도의 온도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인간이 모기와의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모기의 완전 박멸보다는 모기의 발생을 어느정도 통제하여 질병예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에 따르면, 모기가 옮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모기 서식처를 제거하고, 둘째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하며, 셋째 예방접종을 하여야 한다. 모기의 서식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주거지 근처의 물 웅덩이, 폐타이어, 빈 깡통, 방화수통 등 모기 유충이 살 수 있는 작은 습지를 제거하고, 하수도, 복개천 등에 주기적으로 분무 소독해야 한다. 모기는 사람의 체온, 체취 등을 감지하고 접근하므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샤워를 하여 체온을 낮추고 땀냄새를 없애면 모기의 공격을 조금은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뇌염과 같은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예방을 위해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시기를 놓치지 않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수질오염으로 인한 모기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하천이나 습지의 수질을 개선하여 왜몰개, 송사리, 미꾸라지, 잠자리 유충 그리고 물방개 같은 모기 유충의 천적과 조류, 박쥐 잠자리 같은 성충의 천적이 늘어나 건전한 생태계가 복원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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