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국민에 실망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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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석]국민에 실망준 정부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6.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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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국가는 좋은 생활을 위해서 존재하지 생활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政府)는 오직 국민의 복리(福利)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한데 요즈음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일은 하지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골라서 하는 것 같다. 해서 “포기할 수만 있다면 국민 노릇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국가기념일인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해달라는 오랜 염원이 거부되었다. 이는 해산된 좌파 정당 등에서 애국가와 태극기를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그런가 싶다.

하지만 ‘정운호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법조비리 수사는 질척거리기만 한다. 대표적인 직무유기는 아마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련된 조치들일 것이다.

다수국민의 생명이 속절없이 스러져가는데도 유관부처들은 책임 떠넘기기 핑퐁만 쳤다. 사용금지, 피해조사 및 보상, 원인과 책임을 묻는 수사 등 그 어떤 조치도 없이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환경보건센터,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19일 국회정론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가 566명, 이 가운데 4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작년 12월 이후 피해신고를 받지 않아 피해접수를 대행해온 결과다. 정부조사를 포함하면 피해자 총수는 1,848명, 사망자 수는 266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두려워 신고접수를 그토록 서둘러 마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들은 “가습기 사용 인구가 1,000만명 정도면 지금껏 확인된 피해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영유아가 있는 가정이나 호흡기 질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국민의 30% 정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사태의 엄중성을 의식한 듯, 정부는 피해신고 창구를 다시 열겠다 하고, 검찰은 마지못한 양 수사를 서두르는 모양세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메이커 옥시 레킷벤키저(현재의 RB코리아) 전 대표인 존 리(48·미국인), 거라브 제인(47·인도인) 등 전·현직 외국인 임직원 10여명을 불러 조사를 하겠단다.

가장 많은 피해를 일으킨 메이커인데 무엇이 두려워 아직 이들을 불러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었는가!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최근에야 내려졌다니, “정부는 왜 있는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들이 서울대와 호서대 실험보고서 조작, 법인 고의청산, 소비자 부작용 호소 삭제 등 사건 은폐와 조작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계속 생산하면서 부작용을 숨겨 왔으니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옥시측에 대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들도 모두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뿐 아니라 제품의 개발·판매에 관여한 옥시 실무자,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 등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수사팀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에 검사를 더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대 가해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전 대표인 신현우(68)씨를 비롯, 제품 생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핵심인물 3명을 구속했다. 수백명이 죽거나 다쳤는데도 사태 해결보다는 책임 회피를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옥시측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해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향제, 탈취제, 세정제, 표백제, 접착제, 코팅제 등등 수많은 화학물질 첨가제품의 안정성이 의심스럽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만사지탄을 금할 수 없는 조치와 수사일지라도 이것만은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성 전반을 점검. 국민노릇을 그만두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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