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씨, 광주서 첫 ‘주역 공부방’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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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씨, 광주서 첫 ‘주역 공부방’ 열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8.08.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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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전남서 농민운동가, 열린도서관장 변신 거듭
‘시로 읽는 주역’ 발간·석과불식·선물 나누는 사회 ‘화두’
서울·중국에 이어 9월 광주 청년 대상 무료 강의 추진

[사람들=광주타임즈]= “주역(周易)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삶의 패턴을 64괘(6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가 언제인지를 판단하고…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이런 패턴(괘) 안에 다 들어 있지요.”

전례없는 가마솥 더위속에 ‘인문 운동가’ 김재형(53)씨가 최근 광주 상무지구 한 사무실에서 `주역 공부방’을 열었다.

그동안 곡성과 서울, 중국 등지에서 강연을 했지만 광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출신으로 십수년전 곡성 와룡 산골마을로 들어와 농민운동, 마을운동가, 대안학교 교사, 열린농민도서관장, 동아시아 인문운동가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그가 자신이 쓴 ‘시로 읽는 주역’ 책으로 “누구나 주역을 읽을 수 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수 있다”고 주문처럼 강의를 한다.

“주역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거울은 얼굴을 비추지만, 주역은 마음을 보여줍니다. 주역의 문에 들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살아갈 중요한 도구 하나를 얻게 됩니다. 주역을 깊이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주역속에서 어떤 강렬한 영감을 받는 경험을 합니다.”

3000여년 전 한문으로 기록된 주역은 동양 최고의 경전으로 꼽히며 공자가 평생을 곁에 두고 읽은 책이라고 높은 평가를 받지만, ‘난해하다,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 선생의 생각은 다르다. 주역은 별로 어렵지 않고 반나절 정도만 수업을 들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면서 주역은 말할 수 없이 ‘간단하다(簡易)’고 설파한다.
“연애하면서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물어오면 그냥 ‘함괘(咸卦)’를 읽어줍니다. `세상에, 내가 지금 여기쯤에서 울고 있네요’ 금방 답을 찾아냅니다. 연애의 기술이 보이는 거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괘(旅卦)’를 읽고 가는 게 좋습니다. 여행이 말할 수 없이 다이내믹해집니다. 다음에 일어날 일이 뭔지 다 보이거든요.”

그의 주역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수강생을 사로잡는다. 정신의학자로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융이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도 주역의 열광팬이었고 그들의 활동과 작품 등에 주역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고 한다.

고인이 된 신영복 선생의 ‘석과불식(碩果不食·씨과실을 먹지 않는다)’도 주역의 ‘산지박괘(山地剝卦)’ 구절에서 나온다. 다양한 해석속에, 씨앗을 지키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맥이 닿아있다.

갑작스럽게 꾸려진 강연이었지만, 이틀 동안 감동을 받은 40~50대 남녀 수강생 10명은 9월 15~16일 다시 만나 공부를 이어가기로했다. 8월말에는 광주 주부들과도 만난다. 9월 중순께는 광주 청년들을 위해 무료 공개 강의도 추진하고 있다.

김 선생은 요즘 주역 ‘대유괘(大有卦)’의 ‘순천유명(順天休命·순리를 따라 자신을 즐긴다)’ 구절을 화두로 ‘선물을 나누는 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주역의 대가(大家)가 많고 많지만, 그의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세상을 위한 실천의 삶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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