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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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신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8.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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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인간들이 살아가는 양상을 잘 살펴보면 “부모님께는 효도해야한다.”처럼 삶의 가치를 지켜내려고 하거나,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어야 한다.”처럼 삶의 이유를 인정받으려는 일상생활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전자는 사회적 유용성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자연스럽고 지혜로운 생활태도라면, 후자는 개인적 고유성을 추구하려는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생활태도라 할 수 있다.

삶의 가치는 생활의 값어치를 높여주는 일종의 부수적인 것이지 꼭 지켜내야 할 필요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자기 삶의 목적처럼 강렬히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삶의 가치로 삼았던 것이 흔들리거나 지켜지지 않아도 되고, 소중한 가치 하나가 없어지면 뜻있는 다른 효율성을 찾으면 된다. 그러니 삶의 가치의 실행 유무로 인한 정서적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삶의 이유는 생존의 근거를 이루는 정체성으로 살아가는데 반드시 챙겨야하고 지켜져야 할 요인이다. 삶의 이유는 곧 삶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할 연유가 논리적으로 확연히 앞세워져야하고, 이론적 합리성에 의존한 굳은 신념이 전제되어야 한다. 삶의 이유에 집착한 사람들은 신념이란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가능성을 허용하거나 모순을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를 견지하게 한다. 그러니 삶의 이유로 삼았던 것이 틀어지거나 평가받지 못하면 심한 공허감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자신의 신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자기 삶의 의미에 위협을 느낀다. 이들에게 신념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들의 방식대로 사유해야하고 이들 식대로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니 다른 신념과의 공존도 있을 수 없으며, 절충이나 타협도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사수하려는 사명감이 발동하면 모든 일에 참견하려하고, 자기식은 부추기며 강요하고, 남의 식은 투쟁적으로 탄압하는 최악의 사태를 유발하곤 한다.

이처럼 지성이 성숙하지 못하여 식견과 지혜를 겸비하지 못한 신념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공해의 요인으로 민폐를 수반하게 된다.

특히 자기 삶의 이유에 집착한 지도자들의 신념은 자기식 세상을 구현하기위해 인류의 역사를 피로 물들게도 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만드는 것도,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자기만의 고유한 신념덕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인간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모든 인간은 어떤 신념이든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슨 연유로 신념이 만들어졌으며, 그래서 간직하게 된 관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자신을 다루어 가고 있는 가를 수시로 성찰해 보라.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로운 생활에 자신의 신념이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를 자성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나는 불의를 보고는 못 참는다.”는 사람들은 자기식 정의를 앞세워 매사에 간섭함으로써 주변과 불화를 일으키곤 한다.

그런데도 상대의 행위를 시빗거리로 삼아 공격해대는 게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문제될게 없다며 당당해한다.

자신은 정의의 지킴이로서의 사명감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자기식 신념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은 완벽한 이성이 이루어낸 환상적인 삶에 대한 미련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경험하는 세상도 객관적 실체가 아니다. 모두가 다 마음이 재구성한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늘 다르다는 현실을 체험하면서 불평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이나 진실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고, 오직 세상에 대한 해석과 믿음만 있을 뿐임을 올바로 알아야만 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세상은 그렇게 돌고 그렇게 흘러왔으며 그렇게 돌고 흘러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미 습득한 지식정보로 이루어진 신념과 바로 지금 마주하는 현실을 혼동하지 않는 슬기로운 생활을 통해 지혜로운 인생을 역어가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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