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사례 파악,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지난 17일 완도 고금대교에서 투신 자살한 전남 보성교육지원청 행정 8급 A(42·여)씨가 맡아온 역할은 세출 담당. A씨는 전임 근무지인 장흥중학교에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6개월간 근무하면서 각종 운영비와 시설비 등 억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다.
문제는 장장 30개월 동안 근무하는 사이 주변에서는 낌새조차 차리지 못했다는 점. 개인계좌 등으로 공금을 빼돌리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음에도 학교 관리자인 교장조차 몰랐다는 점에서 학교회계시스템에 치명적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서 사용 중인 회계시스템은 2011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에듀파인'으로 학교행·재정시스템으로 불린다. 기존 전산시스템인 나이스(NEIS)의 미비점을 악용한 횡령사건이 잇따르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앞장서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으로 일선 학교에 보급한 게 에듀파인이다.
이 시스템은 은행 등 금융기관을 방문해 회계처리를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금융서비스로 수납과 지급 업무를 온라인상에서 원스톱 처리함으로써 학교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교직원 급여, 각종 공사와 물품대금 지급과 관련한 업무를 이체수수료 없이 직접 관계자 계좌로 이체가 가능해지고 각종 지로 요금, 공과금, 세금 등도 납부할 수 있다. 또 수업료와 급식비 등 각종 납부금에 대한 수납은행 다양화도 꾀할 수 있다.
일선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2일 "은행 업무처리를 위한 시간과 인력을 아끼고 남은 시간은 업무에 전념할 수 있어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금 횡령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도 안고 있다.
우선 실무자 매뉴얼만 있고 교장 등 감독자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매달 지출결의서를 출력해 공람했지만 학교 자율권을 보장하고 업무경감, 전자정부 시류에 맞춰 전자시스템을 중시하다보니 꼼꼼히 감독하기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다. 실무경험이 없거나 온라인 검색 등에 익숙치 않은 '고참'들의 업무상 한계도 더불어 문제시 되고 있다.
전남지역 한 중학교 교장은 "에듀파인이 회계 실무자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어 검증과 감독은 물론 어떤 때는 자료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잔고를 수시로 들여다 보는 것도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쉽지 않다"고도 했다.
말 그대로 회계담당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횡령이나 유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A씨의 횡령 의혹도 근무지를 옮겨 후임자와 인수인계 과정에서 잔고가 틀려 들통난 점도 회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 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 교육청도 이번 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보고 시스템상 상급자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 교육청 감사관실은 "A씨가 일과시간 이후에 출납원과 학교장의 에듀파인 인증서를 도용한 뒤 임의로 결재해 1억2800만원을 횡령하고 4430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에듀파인 인증서 보안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듀파인이 보급됐다지만 상당수 학교에서는 여전히 '나이스'를 이용하고 있고 에듀파인이 권장사항이다보니 정확한 지역별, 학교급별 이용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에듀파인 이용 실태에 대한 촘촘한 점검과 유사 사건 발생 여부에 대한 철저한 지도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출 또는 징수 담당자가 수당과 급식비 등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 자신의 통장으로 옮기거나 학부모들에게 개인계좌로 공납금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담당 직원이 연간 10억원 이상의 수입과 지출을 관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해당 학교와 교육 당국의 단계별 감시망이 허술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선 학교 한 관계자는 "에듀파인에 관리자 접근권을 강화하고 시스템상 문제점은 없는지 더 늦기 전에 현미경을 들이대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