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로반이 비탄과 죽음의 도시로 변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절감했을 것이다.
1만2000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남긴 시속 378㎞의 하이옌은 고속 열차보다 빠른 태풍과 함께 폭풍 해일이 덮쳐 문명 파괴의 참상을 남겼다.
우리 교민도 40명이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통신과 교통이 끊겨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 참사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가 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의료용품과 생필품이 바닥나 부상자 구호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복구 인력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구호 인력의 접근부터 쉽지 않다. 생존자들은 “타클로반은 지옥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참상을 전한다. 절망과 통곡의 땅은 지금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힘들 때 같이 울어주고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복구인력 파견과 생필품 및 구호기금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다행스런 일이다. 절망에 빠져 앞이 보이지 않을 피해 주민에게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5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필리핀 현지에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 의료 및 구조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긴급구호대는 필리핀 현지의 인도적 수요를 고려해 의료진 20명, 119구조단 14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4명, 외교부 2명 등 총 40명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필리핀 정부의 구호대 접수가 확인되는 대로 군 수송기를 이용해 현지에 긴급구호대를 급파할 예정이다.
1949년 국교를 맺은 필리핀은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7420명의 지상군을 파견해 112명의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혈맹 국가다. 어려울때 돕는것은 최소한의 도리다.
더불어 필리핀의 이번 재난은 인류가 공동으로 처하고 있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단지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정부 차원의 구호와는 별도로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이유다. 국격은 이런 재난 상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연락 두절된 교민의 행방과 안전 여부 파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재난의 빈도가 잦아지고, 그 규모와 파괴력도 확대되고 있다. 대형 재난을 대비한 범국가적 대응 매뉴얼을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