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 신안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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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신안을 말하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20.02.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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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신안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재흥=뭍을 향한 섬의 그리움은 가슴 시리다. 그리움은 안개처럼 섬을 적시어 사람 냄새나는 향기로움으로 일어선다. 파도가 만들어낸 굳건함은 도전의 화신으로 솟아오르고, 갯바람이 만들어낸 강인함은 정의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넓은 갯벌은 생명이 숨 쉬는 대자연을 노래하고, 물살을 가르는 뱃전의 분열은 삶의 희열을 되찾아 준다. 섬은 그래서 인류 문명의 보고이며 삶의 원초적 터전이다. 바로 천사(1004) 섬, 신안의 얘기다.

국토의 최서남단 신안, 1025개의 유・무인도로 이루어져 천사의 섬으로 일컬어지는 이곳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음은 유감이다. 중심에서 멀어진 변방에 있는 작은 섬들의 집합이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한 고장이며 자랑스런 역사가 포진하고 있는 녹록치 않는 섬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지인 하의도 대섬의 큰바위 얼굴은 아직도 성성한 풍채를 자랑하고 있으며, 천일염을 생산하는 국내 최고의 고장, 신안을 알아가는 일은 입문에 불과하다.

1600년대부터 시작된 수탈자에 대항한 하의3도 농민운동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험난했던 농민들의 토지탈환 운동이었다. 하의, 신의, 장산면 일대의 농민들이 330년간 투쟁한 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까지 이어진 농민운동의 정통성을 띤 항쟁의 역사였다.

선조의 딸 정명공주에게 하사한 하의도의 토지 20결이 4-5대를 거치며 다른 땅까지 세금의 대상이 되자 울분을 참지 못한 농민들이 토지 반환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1956년에 이르러 농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토지를 등재하면서 기나긴 330년의 항쟁은 종지부를 찍는다.

일제 강점기 재야 유학자이었던 초암 김연 선생은 하의면 대리에 덕봉 강당을 열고 하의 3도 농민 운동의 열매를 맺는다.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문집 7권을 유서로 남길 만큼 학문에 힘을 쓴 초암은 제자 김대중 대통령의 어린 시절 큰 스승이었다.

김 대통령의 다독하는 습관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이 바로 초암 선생으로부터 싹이 튼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미리서 아셨는지 고향 방문을 끝으로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도 하의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호인 인동초 꽃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의면의 옥도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비밀 기지로 활용된 포구가 있다. 넓은 갯벌이 단단하고 광활해 비행장으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비록 일본인에 의한 시설이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무선전신소가 있었으며, 최초의 근대식 기상관측소가 세워졌다. 또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근대식 학당도 있었다고 한다. 신안에서는 드물게 고수입을 올리는 부유한 마을이며 한문, 한학 등을 자랑하는 유림들이 많이 계신다.

한때 문광부와 한관공이 주관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서 홍도와 증도가 나란히 1, 2위에 랭크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두 곳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신안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홍도는 붉은 색의 바위섬인데 갖가지 진귀한 모양의 암석이 바다 위에 우뚝 솟아있는 곳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홍도의 중간 기착지인 홍어의 고장 흑산도는 정약전이 유배되면서 저술한 ‘자산어보’의 모델이 되는 섬이다. 지금도 어부들은 자산어보를 탐독하면서 어족을 연구한다고 하니 그 내용의 정확성은 가히 으뜸이다. 또 구한말의 의병장이며 사상가인 면암 최익현 지사도 이곳에서 유배를 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수화 김환기 화백의 자취를 가까운 안좌면의 생가에서 느낄 수 있음은 큰 영광이다. 미술 평론가 유홍준 교수는 20세기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화가라고 평하는데 서슴지 않는다.

그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고향의 섬과 바다를 주제로 달, 산, 항아리, 학, 매화 등을 우리 정서에 녹아들게 하는 절묘한 기법을 발휘한다.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화면 전체가 점으로 가득 채워진 독특한 표현법으로 대중에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경매 판매가 작품 순위에 1위부터 10위까지 거의 독점하고 있을 정도로 화단에서 인기가 높다.

슬로우시티로 지정되어 최근에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증도는 엘도라도 리조트로도 유명하다. 천일염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평 염전은 증도의 산업을 일구는 블루칩이다.

최근에 천일염에 대한 재해석으로 신의면과 비금면에서 생산량이 더 많아 일반인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증도 앞바다에서는 신안 해저 유물이 발굴되어 1300년대 원나라의 무역선과 일본인들의 고대 생필품 등을 통해 한중일의 고대 무역사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생활 유물들이 쏟아졌다. 목포에 전시되어있는 신안 해저 유물 박물관에 오면 건져 올린 각종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암태면의 서태석은 일제 강점기에 지주에 맞선 대표적인 소작쟁이 농민 운동가이다. 또한 서태석의 며느리는 광주 항일 학생운동의 주역인 박기옥이다.

남종화의 최후 거장인 아산 조방원은 지도 출신이며, 조선말 유림의 대표적인 선구자였던 김평묵이 4년간 유배했던 곳도 지도이다. 그 역시 많은 제자를 두어 신안의 지적 에너지를 충만하게 했던 분이다. 현대 민중 미술가인 홍성담은 신의면에서 출생했고, 바둑 명인 이세돌 기사도 비금도 출신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성을 이어받고 정의의 햇살을 담은 이곳 신안의 학생들은 신안 큰바위얼굴 교육으로 제 2의 김대중 대통령을 꿈꾸고 있으며, 나름대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유명한 고등학교가 많다.

교육 환경이 어느 곳보다 열악해 모두가 뭍으로 떠나는 요즈음, 하이컨셉과 하이터치에 어울리는 융합 교육이 접목되어 인재 교육의 산실로 굳게 서는 이곳 신안, 미래 한국을 선도해 낼 인물을 키우는 큰바위 얼굴 교육이 섬 곳곳에서 열화처럼 퍼져 오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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