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와 언론, 더 성숙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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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와 언론, 더 성숙해져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20.06.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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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신안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재흥=미국은 기부문화가 앞선 나라이다. 강철왕 카네기, 빌 게이츠, 마크저그버그, 워렌 버핏 등 수많은 재산가들이 일년이면 우리나라 예산에 필적할만한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이 많다는 것은 부자들이 열심히 모은 재산을 사회 환원이라는 공식을 통해 사회 정의 실현과 공익 창조라는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일게다.

거기에 비추어 우리는 아직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 더구나 기부를 권장하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 관권이라면 더더욱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기부단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올곧지만은 않은 터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요즘 정의연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간 기부를 했던 국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민원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기부와 동시에 그 돈은 사회적 공적 자금이 되어 여러 사업에 쓰였거나 원래의 취지에 맞게 집행 중이므로 환원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내가 기부한 돈이 정당하고 투명하게 사용된다면 우리 국민들의 정의로운 의협심에 비추어 많은 돈들이 기부금으로 적립될 것으로 믿는다.

그간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했던 금액들이 얼마나 거두어졌고,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되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수입액 100억원 초과시 외부감사를 받게 되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100억원 이내의 모금액은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단체에 따라 나름대로 정관에 의해 사용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국민들 중에 몇 %나 신뢰로운 믿음을 가지고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어금니 아빠 사건, 2017년 새희망 기부 사건 등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불신이 박혀있는 한 기부문화는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부단체에 대하여 편향된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언론의 몫이 크다.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대로 정의연의 그간 활동 내용이나 기금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밀한 감사와 조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밝혀내고 투명한 정관으로 수정하여 대외적인 활동 방향을 새롭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론지라는 언론들이 마치 정의연이 회계 부정을 한 것처럼 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 잘잘못은 회계 감사와 검찰의 정밀한 감찰 후 따져야할 일이다. 아직은 정의연에 대하여 어떤 잘못이나 회계 부정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부정한 집단으로 내몰아가는 것은 정의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그간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로 알리고 이슈화하기 위해 애를 썼던 정의연의 공로는 철저히 장막 뒤로 가려놓고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만 대서특필하고 있다.

물론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며 개인적으로 서운한 사례가 많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정의연의 그간 업적과 공로가 폄하되고 깎아 내려져서는 안 된다.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 운영진이 소통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를 틈타 정의연 수요집회에 나타난 또 다른 방해 세력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좀 더 지켜보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국민들의 시선을 어두운 사각지대로 몰아가는 것은 정론이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비단 이번 일뿐만이 아니다. 신문의 제목이나 사설 등은 국민들의 시선과 여론을 조장하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과 지저분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때는 우리가 아닌 일본의 편에서 작성된 기사를 보는 듯한 경우도 매우 많다. 우리 사회가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도록 각종 루머나 유언비어를 생산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과 거짓이 팽배해 있는 지금의 현실이 무척 답답하다.

언론은 의혹을 부풀리거나 확대 재생산하지 말고 이참에 기부 문화에 대한 반성과 제도적 개선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정의 실현은 어느 누구보다도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입장을 취한 건전한 언론만이 건강한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연말이면 국군장병 위문금, 불우이웃 돕기 성금 등을 기부하도록 방송이나 언론매체에서 분위기를 띄운다.

많은 금액을 기탁한 개인이나 대표는 큼지막하게 이름까지 나열하고, 적은 금액의 기부금은 금일봉으로, 혹은 보도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탁된 금액을 어떻게 쓰였거나 어디로 전달되었는지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히면 될 것이다. 요란하게 모금해서 뱀꼬리처럼 흐지부지한 결산을 거치는 과정에서 직장 내 젊은이들에게 성금 모금에 동참하도록 권장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이들의 이런 기부 회피를 위해 직장 상사가 먼저 동참하고 분위기를 조성하여 간신히 기부금액이 모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지금까지의 관례이다. 내가 냈던 기부금이 잘못 사용되어 배신감을 느끼는 그런 결과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통 큰 연예인들이 거금을 기탁하는 보도를 보면 감동이다. 가수 김장훈, 하춘화는 약 200억의 기부를 해 기부천사로 통한다.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무명의 할머니들, 우리나라 영화계의 거목 신영균은 500억을 기꺼이 헌납했다.

신영균은 내 주검의 관에는 성경 책 한권이면 족하다는 말을 남겨 역시 신영균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팬들의 사랑으로 거금을 만졌으니 사회로 환원하는게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필자도 매달, 혹은 연말이면 여기저기에 쥐꼬리만한 기부금을 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 기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언론은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정파적 편견없는 정론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계 관련 업무는 더 투명해지고 맑아져야 할 것이다.

모든 사회악은 부정한 회계에서 시작된다. 투명하고 깨끗한 것들 위에 건전한 사회는 건설된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가 구단이 제시하는 금액을 뿌리치고 후배들을 위해 절반의 가격에 재계약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초하의 서정을 달콤하게 적신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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