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는 업자만을 위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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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는 업자만을 위한 배려”
  • /박효원 기자
  • 승인 2020.07.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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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사 “심의 회의록 비공개 결정 유감…깜깜이 심의 우려”
“문화재 보호 우선…70m 앞 초고층 아파트 건립 말도 안돼”
서구청에 행정소송…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허가 취소 촉구
광주시지정문화재 병천사 70m앞에 20층 고층아파트(대광로제비앙)가 건립되고 있다.
광주시지정문화재 병천사 70m앞에 20층 고층아파트(대광로제비앙)가 건립되고 있다.

 

[광주타임즈]박효원 기자=병천사 광주시지정문화재(1979년8월3일) 문턱 70m 앞에 대규모 고층아파트 건립이 허가돼 병천사 관계자들이 서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무효’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현상변경 허가를 심의한 광주시문화재위원회(이하 시위원회)에 심의 과정 공개를 요구하며 ‘깜깜이 심의’에 강한 유감도 표시했다.

앞서 시문화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1월 31일과 2월 10일 2회에 결처 병천사와 관련 ‘문화재현상변경’심의를 열고 최종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서구청이 2018년 12월 2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허가한 것이다.

문화재 현상변경이란 문화재의 원형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말하며, 문화재 현상변경은 원형유지를 위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부득이 현상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하며 시도지정문화재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지정문화재에 직접 공사를 포함해 외곽 500m 이내에서 공사를 할 경우 건축계획서·배치도 등 기본설계도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문화재 원래 모양이나 현재 상태가 바뀌는 모든 행위·환경·경관 등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건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문화재 보호를 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병천사 관련 위원회가 현상변경 허가를 가결했고 이에 따라 서구청이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해 서구 금호동 산115번지 인근 64필지에 지하2층~지상20층 8개동 361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 병천사 “문화재 70m앞 허가 이유 밝히고 회의록 공개 해야”

하지만 병천사 측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무효 확인 등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현상변경허가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또한 가결된 정확한 이유를 알기위해 심의 회의록 공개를 광주시에 요청하고 심의 과정 등 ‘모두 공개’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광주시가 ‘문화재 보호조례’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현상변경 허가를 최종 가결했지만 회의록만은 위원들이 ‘비공개’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 ‘문화재 보호조례’ 제7조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록은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그러나 시위원회는 특정인의 재산상 이익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등 규칙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내세워 비공개 처리했다.

신청인 또한 허가신청 내용과 사업계획, 설계도까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깜깜이심의’ 여론 속에 법원이 누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지 행정소송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천사 측은 “문화재 70m 바로 앞에 초고층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이건 업자만을 위한 배려다”라며 “심의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 우리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위원회가 민원인들을 기망하고 편협하게 심의했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급기야 위원들의 자질 문제도 거론했다.

 

■ 지난 2월 서구청 상대 행정소송…“병천사는 유형문화재 보호구역”

이들은 서구청을 상대로 지난 2월 법원에 소장을 통해 “병천사 사당의 위치가 광주시 문화재 보호조례 및 동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및 유형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사업승인이 무효 돼야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한 “병천사 인근은 공동주택(아파트) 건축이 제한되는 지역인데도 위원회가 심의를 가결한 데 이어 서구청이 20층 고층아파트를 건축하게 처분했다”며 “명백한 조례 위반으로 고층 아파트 건립은 병천사 사당의 경관적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일조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대전시는 시지정문화재 구교사(현재는 한밭교육박물관) 인근에 추진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건립공사(주상복합)와 관련 현상변경 심의에서 ‘구교사’ 경관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허가하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추진을 위해선 층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인근 구축아파트가 15층으로 세워진 점 등을 고려해 층수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전시는 다른 주상복합아파트 건립공사 심의에서도 18층으로 설계된 것과 관련 인근 여중학교 강당의 경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하기도 했다.

광주시위원회가 20층 고층아파트 건립과 관련 문화재 현상변경을 허가한 것과는 대조된 결정이다.

현재 병천사 인근의 아파트는 8층과 13층으로 건축돼 있으며, 서구청이 허가한 20층 아파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현상변경이 심의에서 가결된 것에 병천사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또한 가결된 이유에 대한 정확한 설명 부족과 신청인의 허가신청 내용, 설계도면, 회의록 등 모두가 비공개로 결정돼 심의 과정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 공무원은 “심의위원회에서 회의록 공개 여부를 비공개로 의결 해 공개 할수 없으며, 신청인 또한 허가신청 내용과 설계도면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 “개발 지상주의 공무원과 식견없는 위정자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

병천사 관계자는 “이번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는 나라의 자산을 사적인 재산증식으로 까뭉개는 반시대적 작태”라며 “광주시민의 문화적 자긍심 보다 개발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한심하고도 낯부끄러운 전근대적 후진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날 세운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이들은 “시위원회는 지난 심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임무와 소신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오점을 남겼으며 이 또한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개발 지상주의 공무원과 식견 없는 위정자가 있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위원회와 서구청을 향해 경고했다.

한편, 병천사는 지웅현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고려 말의 충신 지용기·정몽주, 조선 인조 충신 지여해·지계최·정충신 등 5명의 선현들의 충절을 기리고, 항일사상과 애국정신을 선양하고자 선현들을 배향하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이후 지웅현의 일부 후손들이 모여 사당의 이름을 따 ‘병천사’라는 단체를 만들어 사당의 건물과 토지를 소유·관리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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