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서 폭우로 지붕 위에 갇힌 소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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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서 폭우로 지붕 위에 갇힌 소 구출
  • /구례=황종성 기자
  • 승인 2020.08.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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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범람에 800m 넘게 헤엄쳐 지붕 위 올라 버텨

[구례=광주타임즈]황종성 기자=“폭우에 살겠다며 사흘 내내 발버둥 친 가축들도 대단해요. 저 눈망울 좀 봐요. 꼭 구해야지요”

집중폭우로 마을 일대가 물에 잠긴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축산농가에서 10일 ‘소 구출 작전’이 펼쳐졌다.

이 농가 일대 주택 2곳 지붕 위에는 소 1마리와 4마리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최근 사흘간 내린 폭우로 섬진강 지류 서시천 제방이 붕괴돼 속수무책으로 떠내려가다 지붕 위에 오른 소들이다.

“음메~ 음메~” 구출 작업 전 소들은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냈다.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했다.

수의사는 지붕 위 소 1마리에 마취총을 쐈다. 긴장한 탓인 지 30분 넘게 소가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마취총 1발을 더 쏘고 난 뒤에야 소방 구조대원들이 본격적인 구출에 나섰다.

구조대원들은 대형 크레인과 연결된 줄을 소 뿔에 단단히 고정했다. 이내 가슴과 다리 쪽에도 줄을 건 뒤 지상으로 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크레인 기사가 수 백㎏에 달하는 소를 차차 들어올려 주택 아래로 조심스레 내렸다.

소는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다행히 마을 이장이 줄을 풀어주자 일어났다. 소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빗줄기가 맺혔다.

마을 이장은 “이 곳과 800m 떨어진 농가의 소로 확인됐다. 살기 위해 헤엄을 치고 지붕 위에서 비를 맞으며 버텨온 게 대단하다. 다만, 장시간 힘을 써 폐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구례군과 소방당국은 지붕 위에 갇힌 나머지 소들도 곧이어 구조할 방침이다.

이번 집중 호우(구례 7일~9일 351.5㎜)로 이 마을 농가 50여곳에서 사육 중인 소 1500여 마리 중 4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된 주택 주변에는 소 여러 마리가 죽은 채 놓여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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