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안가서 편해서…광주 고시 출신 ‘만년국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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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안가서 편해서…광주 고시 출신 ‘만년국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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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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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타임즈]“(올 사람이) 없으니까. (너도 나도) 안가니까, (여기가) 편하니까”

광주시청 고시(考試) 출신 간부 상당수의 한곁같은 답변이다.

질문은 3가지. 답변도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선출직인 시장을 제외하고 서열 3위인 기획관리실장에 통상 해당지역 출신이 배치되는 관행을 깨고 전북 출신 고위직이 포진된 데 대해선 ‘중앙에서 올 사람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나온다.

이어진 ‘왜 없느냐’는 질문엔 ‘안 가니까’라는 답이 공식처럼 나온다. ‘그럼 왜 안가느냐’는 물음엔 ‘그냥 이곳이 상대적으로 편해서 아니겠냐’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서울살이가 그리 녹록치 않다’ ‘중앙부처를 반드시 다녀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는 부연설명도 이어진다.

지방공무원법 제60조에는 ‘중앙 부처 전출 등은 임용권자가 강요할 수 없는 사안으로, 당사자의 동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신분보장 원칙이 명시돼 있다.

광주시청 고시 출신 간부는 24일 현재 모두 27명. 1급 관리관 2명, 2급 이사관 2명, 3급 부이사관 12명, 4급 서기관 6명, 5급 사무관 5명 등이다. 전체 직원 2300여 명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직책의 중요도나 과업의 무게감 등을 감안하면 시정(市政)의 중추신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고시 출신 간부들의 장기 재직으로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직업 국장’ ‘만년 국장’이 넘치면서 당장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초급 간부인 5급은 고시 출신이 2%, 과장급 4급은 5% 안팎인 반면 국장급은 특채를 포함, 60%가 넘고, 실·국장의 3분의 2가 고시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고시 출신의 경우 정년까지 최소 11년, 최대 17년을 3급이나 2급으로 재직해 하위직 승진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교류 파견도 저조하다. 고시 출신 4급 이상 중 중앙 부처를 한 차례 이상 다녀온 공무원은 9명으로 절반이 채 안된다. 김종효 행정부시장, 손두영 대중교통과장이 2차례, 오영걸 정책기획관과 김석웅 환경생태국장, 허익배 교통건설국장, 주재희 투자유치과장, 이치선 미래산업정책과장 등이 외교부나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로 한 차례씩 파견근무를 다녀왔을 뿐 나머지는 단 한 차례도 중앙 부처 근무 경험이 없다.

행정통합, 경제권,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큰 그림’을 그리고, 중앙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얼키고 설킨 지역현안을 풀어내고, 정부와 지역 간 가교 역할과 공감행정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정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시정질문을 통해 “유능한 고시 출신이 지방 정부 고위직에 안주하는 건 아닌가 염려스럽다. 중앙 부처 업무 과정을 파악하고 선진 행정·예산 시스템을 익힐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이용섭 시장이 “고시 출신들이 고위공직자로 성장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나, 1년이 지난 현재, 중앙부처 파견은 5급 초급 간부 2명이 전부다.

관가 일각에서는 ▲3년 이상 장기 교류파견 후 시 전입 때 인사 우대 ▲4급 승진자 중앙 부처 의무근무 후 승진우선권 보장 ▲교류 파견이나 전출을 원할 경우 인사상 인센티브와 주거 복지 등 다양한 혜택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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