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 전통시장 상품권 ‘깡’…경찰수사로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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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전통시장 상품권 ‘깡’…경찰수사로 들통
  • /고효범 기자
  • 승인 2020.1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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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구매자 통한 230억대 상품권 불법 매집·환전 ‘덜미’
전국 8000여 가맹점 감독 전담 인력은 한자릿수에 불과
현행법상 불법 유통 가담해도 가맹 취소·과태료 처분 뿐
감독 인력 충원·환전 업무 전산화…법제 강화 검토 착수
지난 4월 23일 오후 2시께 온누리상품권 판매처인 광주 동구 한 금융기관 앞에서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으로 보이는 보이는 종이 다발(빨간 원 안)을 교환하는 모습이 담겼다. /독자 제공
지난 4월 23일 오후 2시께 온누리상품권 판매처인 광주 동구 한 금융기관 앞에서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으로 보이는 보이는 종이 다발(빨간 원 안)을 교환하는 모습이 담겼다. /독자 제공

 

[광주타임즈]고효범 기자=광주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가 대리 구매인을 동원,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현금한 전모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27일 광주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매집해 거액의 환전 차익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지역 전통시장 모 상인회 전현직 간부 2명을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광주 일대에서 정상 실거래가 아닌 대리구매자를 통해 불법으로 모은 상품권을 환전하는 이른바 '깡' 수법으로 막대한 부당 수익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지난 2년여 간 대리 구매자를 통해 불법 매집한 상품권 규모만 230억 원(액면가 기준)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상품권 구입 시점 당시 적용 받는 할인율이 경제 상황·유통량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전체 불법 매집 규모를 고려하면 이들이 가로챈 환전 차익은 십억 대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시장 상인회가 입점 상인으로부터 거둬들인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선 금융기관이 별 의심 없이 일괄 환전해준다는 제도적 맹점을 노린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가맹점이 환전할 경우에는 일련 번호를 통해 상품권 구매자의 실거래 여부 등을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행 업무를 맡은 상인회가 일괄 환전을 하면 사후 확인·검증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가맹점 단위 환전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도입한 환전 대행 업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것이다.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온누리상품권 거래 질서에 대한 관리·감독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도맡는다.

그러나 공단 내 불법 매집·환전 관련 감독 전담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 코로나19 경기 활성화를 위한 할인율 인상을 틈타, 전국 각지에서 상품권 '깡'이 성행하자 6명에서 급히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전국 상품권 가맹점이 8000여 곳, 상품권 환전 대행 가맹점 416곳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리·감독 부실이 불가피하다.

공단은 뒤늦게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환전 대행을 맡은 상인회 가맹사업자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한다. 그동안 상인회는 개별 가맹점으로부터 회수한 상품권과 금융기관 환전 내역 등을 수기(手記)로작성해왔다.

공단은 최근 상품권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스캐너를 보급, 전산시스템상 입력 절차를 거치도록 개선하고 있다.시스템 운용 상 애로사항 등을 청취, 바코드 일괄 인식이 가능한 설비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전국 6개 권역별 본부(서울강원·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광주호남·경기인천·대전충청)에 부정 유통 감시 권한을 부여, 인력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비한 형사 처벌 규정도 상품권 불법 유통이 만연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행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는 불법 유통 행위가 적발되면 최대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가맹 취소' 행정처분만 할 수 있다. 십수억대 환전 차익 규모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이 형법상 '사기' 또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수사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불기소 또는 무혐의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공단 측은 관련 형사처벌 규정 신설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할 방침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유사 법례에 명시된 실형 조항을 둔다면, 가맹점들의 도덕적 해이를 엄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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