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공무원, 5급 승진 직전 장학금 기부…“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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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공무원, 5급 승진 직전 장학금 기부…“거래다”
  • /고효범 기자
  • 승인 2021.0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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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미리 예견?…“어느 날 갑자기 궁예 관심법이 생겼나?”
1월 인사 직전에 2000만 원 기부…군 “강제 아닌 자발적 선행”
2018년 7월 이후 승진자 대부분 인사 ‘전·후’ 고액기부 ‘논란’
강진군청 전경. /강진군 제공
강진군청 전경. /강진군 제공

 

[광주타임즈]고효범 기자=강진군의 지난 1월 1일자 5급 사무관 승진자의 고액 군장학금 기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군이 감사원으로 부터 최근 3일 동안 특별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승진인사 거래’ 의혹에 군민들의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백에서 수 천만 원에 이르는 강진군 공무원들의 장학금 기탁 행렬이 승진인사 대가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석연찮은 모양새다.

물론 군 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은 ‘자발적 기부’라는 입장이지만 인사발령을 전·후로 기부된 액수가 수백에서 수 천만 원에 이르고 있는 공무원 대부분이 당시 승진발령된 것으로 확인돼 대가성 논란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강진군 공무원들의 장학금 기탁 계기는 지난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황주홍 전 군수 때로올라간다.

황 전 군수는 취임하자마자 ‘교육발전팀’을 신설했다. 군 학생들의 타 지역 전학을 막아보고자 만든 방안 중 하나로 이를 계기로 강진군민장학재단이 설립된 것이다.

■ 자발적 기부 vs 대가성 거래

강진군은 2005년 장학재단 설립이후 군민들의 자발적 기탁과 함께 군 공무원들 또한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통해 5000원에서 1만 원을 기탁하고 있는 상태다.

또 강진군 내에선 5급 사무관 승진 시 100~200만 원, 4급 서기관 승진 시 300여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고 있는 기부문화가 마치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는 군의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첫 인사에서 5급사무관으로 승진한 공무원 김 씨가 지난 1월 인사 직전인 지난해 12월 30일 군장학재단에 20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인사위원회를 통한 승진의결자로 군수의 승진 결정과 5급 승진리더과정을 남겨둔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인사위원회를 통해 승진의결은 됐으나 군수의 결정이 남아있었던 경우에 해당 돼 승진을 위한 ‘대가성 기부다’는 말들이 나온 것이다.

석연찮은 모양새는 이뿐 만이 아니다.

김 씨 뿐만 아니라 승진 인사된 공무원 일부도 인사발령 직전 수백만 원 상당의 금액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18년 7월과 9월 군 인사 당시 6급 이상 승진자 14명중 9명이 100만원 이상의 장학기금을 기탁했다.

특히 ▲2019년 6급이상 승진자 31명 중 18명도 10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기탁했으며 이중 12명이 승진 직전 기부했다.

또 ▲2020년 6급 이상 승진자 27명 전원도 10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기탁했고, 이중 7명은 승진 직전 수백만 원씩을 입금했다.

논란이 된 ▲지난 1월 승진 인사에서는 승진자 12명 중 10명이 수백만 원씩의 장학금을 기탁했으며, 김 씨는 인사 직전 2000만 원을 기탁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강진군은 최근 감사원의 특별조사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황 전 군수 시절 장학금 기탁 관련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악몽이 재현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장학금은 승진 인사뿐만 아니라 외부 수상 사례 등 각종 좋은 일이 있을 때 자발적으로 기탁되고 있다”며 “특정 금액을 기탁하라는 어떠한 압박과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으로 세간에 떠도는 ‘대가성 기부’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지역내 기부문화 확산을 가져오는 등 순기능 역할이 컸던 강진군장학재단이 행여나 뒷거래의 희생양으로 의미가 퇴색되진 않을까하는 일부 군민들의 푸념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빗대고 "우연히 발생한 일일 것이다"는 말로  자발적 기부라는 군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배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빗대며 “누가 봐도 갓에다가 배를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대가성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 또한 상당하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우연히 수 백, 수 천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는데 우연히도 곧바로 승진이 됐다는 말이냐”며 “평소 5000원에서 1만 원 씩 기부해 오다가 승진발령 직전 수 백 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기부한 공무원들은 어느 날 뚝딱 궁예의 관심법이 생긴 것이냐”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강진군은 군장학기금 기탁과 관련 2009년 이후 이미 3차례 감사원 감사와 2차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는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내사 종결과 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리됐지만 당시 광주경찰청의 수사를 두고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이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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