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의 따뜻한 짜장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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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의 따뜻한 짜장면 사랑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2.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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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前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정기연=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식당에 가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운반 급식이 시행되며 소규모 중국 음식은 알루미늄 재질 철가방으로 운반하는데 요즘은 철가방이 개조되어 플라스틱 재질로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짜장면이나 가락국수 같은 중국 음식의 운반 급식 용기는 철가방이며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

짜장면은 중국 음식 중 가장 저렴하고 쉽게 만들며 맛이 좋아 주문하여 많이 애용한다, 필자는 학창 시절에 중국집에서 짜장면 만드는 법을 배워 손수 만들어 선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가 70년도에 광주에 전입하여 변두리 학교에 발령받아 고학년 담임을 했었고 가을 소풍을 하러 가게 되었다.

소풍의 클라이맥스는 학교 밖으로 나가 자연경관을 보며 즐기는 학습도 되지만, 부모가 맛있게 만들어준 점심 도시락을 야외에서 먹는 점심시간이다. 교실에서 가을 소풍 계획을 세우는데 한 여학생이 앞으로 나와 “선생님 소풍 점심은 제가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으며 모두 가 박수로 환영했다.

요즈음은 학교 급식이 있지만, 당시는 학교 급식이 없고 학생과 교사들도 도시락을 지참하여 교실에서 학생들과 같이 먹었다. 필자는 당시 점심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했을 때는 인근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주문해서 먹었었다. 학생들은 내가 가장 즐기는 음식이 짜장면으로 알고 있었다.

소풍날 대부분 교사는 점심 지참을 하지 않으며 학부모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같이 먹는다. 소품 날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철가방이 등장했고 점심 준비를 한다는 학생이 뒤따르고 있었다. 필자는 달려가 철가방을 인수하여 점심을 먹는 장소로 가서 학생에게 “고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따뜻한 짜장면을 주문해주어서,”하면서 학생과 같이 한쪽으로 가서 김이 나는 따뜻한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동료 교사들은 “평소에는 철가방 짜장면을 먹지만, 소풍 와서까지 철가방의 짜장면을 먹냐? ”라고 핀잔을 했지만, 그에 대한 변명을 안 했다. 그후  철가방은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주문량이 늘어났으며 필자는 ‘짜장면 사장’이란 별명이 하나 생겼었다 .

사랑이란 주고 싶은 마음이다. 예의 그 학생은 학년 초에 시골에서 전입한 결손 가정 아동으로 키와 몸집이 크고 학급에서 하는 일을 앞장서 도왔으며 학교에 맨 먼저 등교하고, 맨 나중에 뒤처리하고 가는 학생이었다. 가정이 부유하고 부모가 있는 학생은 부모가 학교에 와서 담임교사와 상담도 하지만, 그 학생은 혼자였다.

얼마나 담인 선생님께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면 소풍날을 택해 따뜻한 짜장면을 주문해 소풍 현장에 도달하게 했는가를 생각하며 흐뭇한 정을 느꼈다. 주고받는 사랑의 연결고리는 주는 즐거움과 받는 고마움으로 되어야 한다.

그 학생은 지금쯤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며, 손자의 소풍에 따라가기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철가방에서 꺼낸 따뜻한 짜장면은 지난날 스승과 제자의 값진 사랑의 가교였다.

오랜만에 옛친구를 만나 찾아간 곳이 중국 음식점이었고 주문한 것은 짜장면이었다. 짜장면은 가장 저렴한 음식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위생적인 음식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을 먹으면서 옛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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