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감수성 제고 위한 인식개선 홍보 및 교육 필요
[광주타임즈]박효원 기자=서울시가 지난 2018년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행정 용어를 개선하기로 하고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미망인 등 13개의 행정 용어를 수정 한 바 있다.
문체부도 지난 5월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정부간행물과 교재 등에서 차별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채 보도자료를 통해 차별표현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6일 장성군은 ‘장성군, 참전유공자 미망인 유족수당 지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의 제목을 읽으며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미망인(未亡人)’ 이란 ‘남편이 죽었을 때 따라 죽지 않고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모멸적이며 봉건주의적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장성군 뿐 아니라 김천시, 여수시, 홍성군 등 많은 지자체에서 최근까지 보도자료에서 ‘미망인’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 ‘미망인’→ ‘故 ○○○의 부인’, ‘배우자’로
미망인과 같은 단어는 역사적·사회적 관습으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관습적 차별어’ 중 하나다.
이러한 차별적 단어는 시대가 흐르고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합의가 이뤄지면서 개선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지난 5월 제1차 문화다양성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을 통해 ‘미망인’과 같은 차별어 사용을 지양하도록 했으며 ‘미망인’은 ‘故 ○○○의 부인’, ‘배우자’라는 단어로 수정해 사용하길 권고했다.
■ ‘여’의사, ‘여’류작가, ‘여’기자 → 의사, 작가, 기자로
‘여류작가 작품전 개최’, ‘여의사’, ‘여기자’ 등 과 같이 남녀를 꼭 구분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중립적인 단어에 ‘여’를 붙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단어는 ’비대칭 차별어’로, 표현 자체는 차별을 담고 있지 않지만 다른 어휘와의 관계에서 차별의 특성을 드러낸다.
’여‘의사는 의사로, ’여‘류작가는 작가 ‘여’기자는 기자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학부형’ →학부모, 유모차 →유아차로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로 쓰이지만, 한자 조어는 ‘아버지’와 ‘형’만 들어 있어 여성이 배제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2018년 행정용어를 수정하며 ‘학부형’ 대신 ‘학부모’(學父母)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 흔히 쓰이는 ‘유모차’(乳母車)를 ‘유아차’(乳兒車)로 변경해서 사용하는 움직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녀 돌봄에 있어 성별을 국한하지 않고 ‘엄마’가 끄는 수레 에서 ‘아이’가 타는 수레로 중점을 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차별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으로 차별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자체 보도자료 중엔 이러한 차별표현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차별언어를 지목하고 그것을 대체할 표현과 함께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바람직한 예로 지난 6일 경남 창원시에서 진행한 ‘성평등 언어 함께 사용해요’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창원시청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성평등 언어퀴즈’행사를 통해 10개의 성차별 단어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배우자 ▲서방님·도련님·아가씨→OO씨·OO님 ▲처녀작→첫 작품 과 같은 단어는 비교적 익숙했으나 ▲유모차→유아차 ▲낙태→임신 중단 ▲효자상품→인기상품 등에 대해서는 다소 낯설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차별언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의식개선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하나 둘 씩 모이면 차별언어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차별 없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 질 것이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책 ‘언어의 줄다리기’를 통해 “언어 표현이 숨기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며 “언어 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