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원형 보존에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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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원형 보존에 ‘난망’
  • /김영란 기자
  • 승인 2022.01.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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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결과 기아보호소·별관·영안실 등 철거 불가피
원형 보존하면 ‘불안한 활용’…보수보강하면 ‘원형 훼손’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가 지난해 4월 22일 ‘5·18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민간에 매각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가 지난해 4월 22일 ‘5·18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민간에 매각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김영란 기자=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 11호인 옛 광주 적십자병원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대다수 건물의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돼 원형보존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형대로 보존하면 불안전한 상태에서 극히 제한적인 활용만 가능하고, 대대적인 보수보강 작업을 벌이게 되면 원형 훼손이 불가피해 5·18기념사업회의 최종 심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옛 적십자병원의 구조안전성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한 결과 전체 5개 건물 중 본관동·별관·창고·영안실은 D등급, 기아보호소는 E등급을 받았다.

안전등급 D등급(미흡)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며, E등급(불량)은 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진단 결과, 기아보호소(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133㎡)는 내력벽 균열과 누수, 상부슬래브 철근 노출 등 노후화가 심각해 철거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됐다.

별관(지상 2층, 165㎡)과 창고·영안실(각 지상 1층, 연면적119㎡)은 돌·벽돌·콘크리트 블록 등으로 쌓아 올려 벽을 만든 조적조 방식으로 내진성능 확보가 불가능해 이 역시 철거가 필요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핵심 건물인 본관동도 심각하다. 지하 1층~지상 4층에 연면적 3501㎡에 달하는 본관동은 D등급을 받아 사용제한 또는 내진보강 후 사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건물이 조적조로 지어져 내진보강이 불가능한 만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철거가 타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에 광주시는 최종 2가지 방안을 5·18기념사업회에 전달했다.

1안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만 내진보강 후 사용하고, 조적조는 사용제한을 해 원형 보존하는 방안이고, 보수보강을 골자로 한 2안은 병원 남측(응급실) 조적조를 철거한 후 철근콘크리트로 개축하면 전체 활용이 가능하다는 제안이다.

그러나 1안을 택할 경우 본관동의 극히 일부분만 사용이 가능해 방문자센터와 헌혈의집으로만 불안전 활용할 수 있고, 2안을 택하면 방문자센터와 헌혈의집에 더해 문화예술창작소, 문화산업기업 인큐베이터, 외부 열린마당 등이 가능하나 원형 훼손은 불가피하게 된다.

5·18기념사업위원회 심의는 5월 단체의 공법단체 승인이 완료된 이후인 4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당초 전체 건물이 철근콘크리트 구조일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진단 결과 조적조가 많아 안전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5·18기념사업위원회 심의 결과를 지켜본 뒤 관련 행정절차를 밟아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의료진들이 부상자 치료에 헌신하고 헌혈행렬로 뜨거운 시민정신을 나눈 역사적 공간으로, 서남학원이 지난 199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매입해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다 2014년 휴업했다.

서남학원은 경영 부실 등으로 2018년 교육부로부터 폐교명령, 처분허가 승인을 받아 교직원 체불임금 지급 등을 위해 2019년부터 적십자병원 공개매각을 추진했고, 민간으로 넘어가면 아파트 건립 등으로 사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5월 단체들의 우려를 받아 들여 광주시가 지난해 7월 88억5000만원에 공공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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