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호남진흥원, 전북으로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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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호남진흥원, 전북으로 보낼 수 없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2.11.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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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 기탁자 “전북으로 이전 될 경우 기탁한 모든 자료 회수 할 것”
나광국 전남도의원 행정사무감사서 “구체적 의견수렴 절차 없어” 지적

 

[광주타임즈]박준호 기자=광주‧전남‧전북이 한국학호남진흥원의 통합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의 기탁자들이 자료를 회수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한국학 호남진흥원의 출범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은 2007년부터 호남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민간 소장 자료를 수집·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14년 10월 진흥원 설립이 광주·전남 상생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설립추진단을 구성, 기본계획 수립·출연기관 승인·지원조례 제정 등 3년의 노력 끝에 2017년 법인 설립의 결실을 맺으며 재단법인 한국학 호남진흥원을 출범시켰다.

당초 광주시와 전남도 뿐 아니라 전북도까지 공동으로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설립키로 하고, 지자체 별로 추진단을 구성했으나 전북도는 당시 예산 분담과 입지 선정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불참을 통보했다.

당시 3개 시·도는 전문가 회의를 갖고, 호남권 역사와 문화유산을 발굴·정리하고 소멸·훼손·사장·반출 위기에 놓인 호남권 한국학자료에 대한 보존 활용방안 연구가 시급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통합 기관은 호남만의 차별성과 콘텐츠로 수도권의 한국학 중앙연구원, 영남권의 한국 국학진흥원과 견줄 만한 호남권 한국학 허브기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3대 추진축 가운데 하나인 전북도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결국 광주시와 전남도만 설립에 참여했다. 

 

■ 점화된 통합 논의

지난 7일 광주시에 따르면 각 시‧도 실무자들은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호남 역사 연구기관 통합 타당성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는 호남진흥원과 유학진흥원을 통합해 명실공히 호남 역사를 연구할 대표 기관을 탄생시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북도에서는 국비 50억 원 등 100억 원을 들여 부안에 전라 유학진흥원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전북도는 민선8기 들어 추진 중인 전라유학진흥원과 한국학호남진흥원을 통합, 호남을 상징하는 대표 역사기구로 만들자는 뜻을 내비췄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수장고 등을 갖춘 독립 청사가 필요한 호남진흥원, 디지털 위주의 유학진흥원이 서로 보완할 시설을 건립하면 운영 효율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기탁자들의 반발

하지만 통합 논의와 함께 기관의 위치를 놓고 고문헌 등 자료 기탁자가 반환을 요청한 사례도 나왔다.

기탁자들은 국립이나 수도권 시설에 기증하려다 광주에 있는 기관을 선택했는데 이전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냐며 불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탁자 A씨는 기탁했던 270점의 고문헌자료와 근현대자료 1만여점에 대해 최근 반환을 요청했으며 서화자료 기증 약속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제가 지금까지 광주‧전남에서 활동하고 수집한 모든 부분들이 정체성을 띄고 있는데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어떤 구체적인 절차 없이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간다는 것은 광주‧전남의 향토와 맞지 않기 때문에 기증 반환과 철회 의사를 표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탁자 기호철 씨는 “한국학 호남진흥원이 전북도로 가게 될 경우 다른 기탁자들과 기탁한 7만여점의 자료들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광주‧전남 시‧도민의 예산을 투입해 광주‧전남의 기탁자들이 시‧도민과 함께 오늘날에 한국학 호남진흥원을 일궈냈다”며 “한국학 호남진흥원의 전북 이전 및 통합이 정치적인 명분은 있을 수 있으나 더 큰 혼란이 야기 될 수 있다”며 토로했다. 

기 씨는 진흥원 출범 후 4천여 점의 고문헌자료를 기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의 한국학호남진흥원 통합 재논의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광국 전남도의회 의원(민주당·무안2)은 지난 9일 실시된 전남도 관광문화체육국 행정사무감사에서 “구체적인 의견수렴 절차 없이 논의되는 통합은 200만 도민과 전남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전남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를 통합하고 이전하는 중차대한 일은 자치 단체장끼리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북에서 지으려는 전라유학진흥원은 문체부에서 한국호남학진흥원과 중복성을 이유로 거절한 사업이다”며 “결국 한국학호남진흥원과 통합 논의는 전라북도가 유학진흥원을 어떻게든 추진하려는 자구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영신 전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은 “전북 부안에 들어설 예정인 전라유학진흥원은 한국학호남학진흥원을 흡수 통합할 정도의 규모와 위상을 갖추지 않았다”며 “전남도의 입장은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위치나 통합방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광주와 전북은 물론 학계, 관련 연구기관 등과 함께 협의하며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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