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자리
상태바
존재의 자리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1.17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만물개유위(萬物皆有位).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저마다 제 자리가 있다.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각각 자기의 자리와 위치를 소유하고 지키는 것이다.

숲속의 이름 없는 꽃들과 잡초도 제 자리가 있다. 잘 맞는 자리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도 그렇다.눈은 눈의 자리가 있고, 코는 코의 자리가 있고, 입은 입의 자리가 있다.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서는 부모는 부모의 자리가 있고 자식은 자식의 자리가 있으며, 교사는 교사의 자리가 있고 학생은 학생의 자리가 있다.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리가 있고, 국민은 국민의 자리가 있으며, 공무원은 공무원의 자리가 있는 것처럼 저마다 제자리와 그에 어울리는 구실이 있다. 

밥알이 밥그릇 속에 있을 때에는 아름답지만 얼굴이나 옷자락에 붙으면 아름답지 못하다. 그것은 제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저마다 제 자리에서 제구실을 다 할 때 건강하고 아름답다.

눈이 눈의 구실을 다하고, 위가 위의 구실을 다하고, 간이 간의 구실을 다 할 때 우리의 몸은 건강하다. 눈이 보는 구실을 못하고, 위가 소화하는 구실을 못하고 간이 영양저장의 구실을 못한다면, 우리의 신체는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다.

부모는 부모의 구실, 교사는 교사의 구실, 지도자는 지도자의 구실, 공무원은 공무원의 구실을다할 때 이 사회가 건강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자기 자리를 알고,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 저마다 자기의 자리에서 제구실을 다 할 때 국가와 사회의 번영이 있고 가정의 평화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리와 구실을 잘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자리가 아닌데 그 자리를 탐내는 자들이 많다. 그 자리에 가면 안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탐했을 때의 결과를 우리는 이미 수차례 보았다.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각자가 본인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는 사회의 조직이 무너지고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혼란과 쇠망의 길로 전락한다.

정치가는 정치가의 자리에서 정치가의 할 일을 다하고, 군인은 군인의 자리에서 국토방위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회사원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해 서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국가의 정의가 실현되고 정의로운 국가로 가는 길이라 플라톤은 역설했다.

모든 존재는 다 제 구실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 제 구실을 다 해야 한다. 부모가 되기는 쉽지만 부모의 구실을 다하기는 어렵다. 스승이 되기는 쉽지만 스승의 구실을 다하기는 어렵다. 

세상의 질서는 사람이나 사물이 꼭 있어야 할 제 자리에서 제구실을 다하고 있을 때에 비로소 제길을 찾게된다. 이상사회는 제각기 제 자리를 지키며 제 구실을 제대로 하는 사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제구실을 제대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정치, 경제, 입법,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제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세상만사가 다 제자리가 있다.  그러나 자리에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또한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우리는 각각 자기 자리를 알고, 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야 한다.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하며 자기의 책임과 사명을 다할 때, 사람과 사물은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