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어 죄송”…전우원, 옷 벗어 5·18 아픔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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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죄송”…전우원, 옷 벗어 5·18 아픔 닦았다
  • /임창균 기자
  • 승인 2023.04.02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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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족 만나 사죄 뒤 국립5·18민주묘지 방문
“할아버지 전두환, 민주주의의 발전 방해한 죄인”
“죄책감 너무 커”…옷으로 묘비 닦으며 희생자 위로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의 겉옷으로 행방불명자 묘비를 닦고 있다.                         /임창균 기자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의 겉옷으로 행방불명자 묘비를 닦고 있다. /임창균 기자

 

[광주타임즈]임창균 기자=전두환 씨의 손자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유족 및 피해자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공법3단체(5·18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 도청지킴이 어머니 등 유족·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우원씨는 “할아버지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평생 자라왔고, 저 자신도 비열한 늑대처럼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 제가 의로워서가 아니라 죄책감이 너무 커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사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과발언을 마친 우원씨는 유족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으며 유족들은 그를 포옹해 주었다. 우원씨는 이후 5‧18기념문화센터 뒤편에 마련된 5·18기념공원 내 추모승화공간으로 이동해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명패를 둘러보았고, 10시 40분경 참배 일정을 위해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다.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한 우원씨는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방명록에 소감을 남겼다. 

추념탑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우원씨는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 중 가장 어린 ‘오월의 막내’ 전재수 군의 묘소, 그리고 가묘 69기가 있는 행방불명자 묘소를 찾았다. 이후 무명열사 묘4기를 차례로 참배했으며 제2묘역을 찾아 지난해 별세한 고(故) 정동년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묘도 참배했다.

특히 우원씨는 묘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묘비를 닦았다. 한 시민이 겉옷 대신 쓰라며 수건을 건넸으나 받지 않았다. 겉옷으로 묘비를 닦은 것에 대해 그는 “제가 입던 옷 따위가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닦아 드리고 싶었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우원씨의 행동을 뒤에서 지켜본 유가족과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북구 오치동에 거주하는 한모 씨(62세)는 “시아버지가 여기 묘역에 묻혀계신데, 손자분이 사과하러 온다해 일부러 보러 왔다”며 “젊은 분이 이렇게 행동해준 것이 참 감사하고, 할머니 이순자 여사나 다른 가족들이 왔으면 했는데 그러질 않아 한편으로 착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대표로 참석한 김관 전라남북도‧제주도 지부장은 “우원씨의 용기가 향후 다른 분들의 사과나 양심고백으로 이어지는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족분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안은 채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빨리 진상규명이 되고 행방불명자들의 암매장 장소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오전 일정을 마무리한 우원씨와 5월 단체들은 오후 세시부터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방문했으며 도청지킴이 어머니들을 방문했다. 우원씨는 향후 일정에 대해선 마약 투약 혐의 관련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법무부에 요청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우원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전우원씨는 지난달 13일부터 SNS를 이용해 전두환씨 일가의 범죄의혹 등을 폭로해왔으며, 28일 미국에서 입국해 마약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은 후, 30일 새벽 광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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