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부 작가, 빨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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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부 작가, 빨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다
  • /박수현 기자
  • 승인 2023.06.2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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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립석봉미술관서 7월 9까지
‘공감;MOMENT’ 주제 작품전시
화면의 한계성 극복해 설치미술을
설치미술의 매력으로 공감대 형성
정찬부 작가.
정찬부 작가.

[광주타임즈]박수현 기자=정찬부 작가는 화면 구성의 한계성을 느껴 조소의 길을 택했다. 화면의 한계성을 극복해 공간으로 확장하는 설치 미술이 관람객에게 좀 더 적극적인 참여와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과 장점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별난 감각이라는 말에도 그는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 오늘날의 설치 미술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번 작품의 주재료는 플라스틱 빨대다. 정찬부 작가는 쉽게 사용하고 금방 버려지는 빨대를 보고 ‘사물의 용도가 다 됐다’라는 것은 무엇인가의 의문을 시작으로 ‘새로운 의미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작품을 탄생시켰다.

현재 화순 군립석봉미술관에서 ‘공감;MOMENT’를 주제로 5월 8일부터 7월 9일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본지는 정찬부 작가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고 설치 미술의 매력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았다. 본 인터뷰는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 전대 미대를 졸업하셨다. 고향이 광주·전남 쪽이신지,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시는 데 영향이 있었을까.

저는 고향이 전남 보성입니다. 이번 기획전이 고향 쪽이라 아마도 어느 정도는 참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이후 오랜만에 전남에서 전시이고 자주 고향을 찾기가 힘들어 겸사겸사 참여하게 됐습니다. 

 

■ 언제부터 미술가의 꿈을 가지신 건지, 그중에서도 조소로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중등 시절부터 미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스스로 화실을 찾아가서 그림을 그렸으며 입시 준비를 회화로 준비하다가 입시 두어 달 전에 조소로 진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화면구성의 한계성이 보여서입니다. 화면구성이라는 게 입시 미술의 뛰어난 표본을 보고서도 잘된 구성과 그저 그런 구성의 차이를 느끼기에는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인데 훗날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다소 과장되거나 별난 감각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패턴 Pattem’ 캔버스 위에 오브제 가변설치 2022.

■ 작가님의 작품, 혹은 넓은 의미에서 설치 미술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공간성입니다. 요즘은 설치 미술이 엄청나게 매력적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다차원의 융복합, 시지각, 가상이 혼재한 세상에서) 화면의 한계성을 극복해 공간으로 확장하는 설치 미술은 관람객에게 좀 더 적극적인 참여와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과 장점일 것입니다. 

 

■ 인공물로 자연물을 자주 표현하신다. 다른 기획전에서도 자연에 밀접해 온실을 만들었다. 자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현대는 자연이 자연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합성 물질까지 포함하는 달라진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가상의 자연으로 학습하고 체험하는 세상에서 저의 인공물은 그저 가벼운 자연의 닮음 정도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 물질로 작품을 만드신다. 특히 빨대는 쉽게 사용하지만 쉽게 버려지기도 한다. 이런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

2017년 우연히 카페에서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고 금방 버려지는 빨대를 보고서, ‘사물의 용도가 다 됐다’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라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까지 좀 더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됐고, 대량 생산된 사물이 작가의 작품에 재료로 사용된다면 달라진 의미의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 빨대를 그대로 쓰는 건지 혹은 추가로 채색을 하는지 등등 작업공정이 궁금하다.

말 그대로 오브제로서 빨대를 사용합니다. 추가로 채색하지 않습니다.

‘피어나다 Blooming’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3~2017.
‘피어나다 Blooming’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3~2017.

■ ‘피어나다’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의미와 ‘피어나다’라는 작품명을 붙인 이유가 궁금하다.

‘피어나다’라는 제목은 꽃이 피어나다, 심상이 피어나다, 기억이 뭉게뭉게 피어나다 등의 여러 의미로 쓰일 수 있는 문장이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피어나다’는 가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사물이나 대상도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 돌이나 씨앗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공중에 부유하듯 설치된 작품은 땅 위에 한낱 돌이었을 이미지를 작가의 시선에서는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우주의 부분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저 바람처럼 가볍고 유연한 흐름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특히 이 작업기간 동안 6개월 이상 반야심경을 들으며 작업의 의미와 행위에 대해 질문을 했던 저에게는 수행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 곰 모양을 많이 활용하신 것으로 안다. 이유가 있을까.

곰돌이 작품은 2019년 성북동 개인전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동안의 작업이 환경이나 소비, 반복행위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라서 잠시 가볍지만 소소한 나의 이야기, 공간을 보여주고자 기획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나의 공간에서 지금은 10살이 된 반려견 태풍이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태풍이를 입양하고서 처음으로 선물로 준 인형이 곰돌이였습니다. 강아지보다 더 큰 곰돌이를 형제처럼 의지하고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온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서 ‘사람과 동물은 좋아하는 대상과 사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으며, 작가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나와 함께하는 태풍이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의미로 혼자서 ‘당당히’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습니다.

‘맛있는 오브제 Delidous Objets’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1.
‘맛있는 오브제 Delidous Objets’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1.

■ ‘맛있는 오브제’는 곰과 강아지, 그리고 각종 과일 모양의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작품과 작품명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맛있는 오브제는 멋진 파티와 같은 상상입니다. 대부분을 조용히 침잠하듯 작업 활동만 하는 나에게도 멋진 파티를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보자는 즐거움이며, 제가 좋아하는 오브제들로 구성해 누군가는 어느 날 느닷없이 깜짝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끼길 바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 ‘패턴’은 어딘가의 이름 모를 나라의 국기 같다가도, 하늘에서 내려다본 반듯한 농장 같기도 하다. 점으로 표현된 작품은 현미경으로 본 돌 같기도 하다. 이 패턴 역시 자연을 의도한 것인지.

어느 곳이나 넘쳐나는 문양들은 최소화 한 구성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문양은 나에게는 강박의 징후이기도 하고 입체물을 작은 화면에 박제하듯 고정한 작품입니다.

 

■ 화순의 기획전이 7월까지 계획돼 있다. 향후 계획은 어떤지 궁금하다.

올해 이미 여러 기획전이 계획돼 있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느낌으로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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