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사건으로 고문을 당하고 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28년만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최후진술을 하며 남긴 말이다.
1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 인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민주화된 대한민국 법원의 저력이 드러날 것"이라며 김 전 고문의 무죄를 주장하였다.
인 의원은 김 전 고문을 대신해 10여분간 미리 준비했던 최후진술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결심 공판을 앞두고 28년 전 김근태가 했던 최후진술을 읽어봤다"며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내가 아는 김근태가 최후진술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토록 고통 받고 억울한 상황이었음에도 욕 대신 위로를, 절규가 아닌 호소를, 외마디 비명 대신 설명을 했다"며 "죽음 같은 고문과 조작에 절망하지 않고 삶의 소중함과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열리는 김근태 재판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이름으로 28년을 거슬러 가고 있는 우리의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결심 공판을 앞두고 밤새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다"며 "상식 밖의 행동들이 모여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고 선량한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물 속에 갇혔다"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김 전 고문 측 변호인 역시 "김 전 고문이 살아있을 때 재심 판결을 받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30년 전의 터무니 없는 판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하였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 등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들은 인 의원의 최후진술이 이어지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반면 검찰은 최후의견을 통해 "지난 2011년 운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빈다"면서도 "법과 원칙에 맞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무죄구형 대신 백지구형을 하였다.
그러면서 "김 전 고문의 경찰의 고문으로 인한 자백은 원심에서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며 "당시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에서의 진술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판결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김 전 고문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9월4일 민청련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이적행위에 대한 자백을 강요받으며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으로부터 수 차례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했다.
결국 자백을 하게 된 김 전 고문은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확정받아 옥살이를 하였다.
당시 고문을 받으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 의원은 후유증을 겪다 파킨슨병을 얻게 됐고 2011년 12월 말 합병증이 진행되면서 병세가 갑자기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인 의원은 2012년 10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서울고법은 지난달 16일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